지난해 가계 여윳돈 100조…소비보다 저축했다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3-31 13:29 수정일 2016-03-31 19:13 발행일 2016-03-31 2면
인쇄아이콘
83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여윳돈이 100조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과 고령화 심화로 인한 노후 불안에 소비 성향이 위축돼 아끼고 저축한 영향으로 보인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중 자금순환(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9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조7000억원 늘었다.

잉여자금은 가계가 예금,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자금조달)을 제외한 것이다.

비영리단체는 소비자단체, 자선·구호단체, 노동조합, 종교단체 등을 가리킨다.

잉여자금 규모는 한은이 2008년 국제기준 국민계정체계에 따라 관련 통계를 작성하고 나서 최대치다.

잉여자금은 2010년 53조9천억원에서 2011년 65조8000억원, 2012년 72조4000억원, 2013년 89조6000억원, 2014년 93조5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잉여자금이 대폭 늘어난 것은 가계가 벌어들인 만큼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소비성향은 71.9%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가계는 저축에 힘썼다.

한은 국민계정 통계에서 가계의 순저축률은 7.7%로 2000년(8.4%)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과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일자리 불안 등으로 가계의 소비 성향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해 잉여자금 증가가 가계 소득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소비위축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은 2.2%로 전년(1.7%)보다 0.5%포인트 증가했으나 소득증가율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다.

또 지난해 가계가 금융기관 등을 통해 굴린 자금은 226조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 171조8000억원보다 무려 55조1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3176조1000억원이다.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중은 2.23배로 2014년 말(2.24배)과 비슷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