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기업대출 급증…은행 대출 감소 ‘풍선효과’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3-27 12:00 수정일 2016-03-27 16:42 발행일 2016-03-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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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율 규제-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은행 기업대출 감소…기업 생산활동 위축 우려
보험사 기업대출 증가 '양날의 검'
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보험사들의 기업대출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 도입과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은행 기업대출 감소의 풍선효과로 해석된다.

27일 보험연구원 전용식 연구위원과 이혜은 연구원이 발표한 ‘보험회사 기업대출 증가 원인과 시사점’에서 기업대출 증가속도를 보면 생명보험의 경우는 2012년 13%에서 2014년 16.2%로, 손해보험의 경우는 30.9%에서 47.5%로 높아졌다.

반면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2012년 5.5%, 2014년 7.8%에 불과했다.

기업대출 시장에서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비중은 2009년 86.6%에서 2015년 3분기 81.7%로 하락한 반면 보험 및 연기금의 비중은 3.7%에서 6.1%로 상승했다. 2015년 9월 말 보험사들의 기업대출 규모는 생명보험 40조2670억 원, 손해보험 21조7240억 원이다.

보험사의 기업대출 확대는 가계대출 축소와 기업대출 시장에서 은행의 비중 감소, 그리고 국고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운용수익률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용식 연구위원은 “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준 돈이 은행에 예금돼 있는 돈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는 예대율 규제 도입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해 기업대출 시장에서 은행비중이 감소했다”며 “또한 경기부진으로 인한 기업구조조정으로 대출이 감소하고 있고, 향후 바젤위원회가 추진하는 유동성 비율 규제가 확대될 경우 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재 조선, 건설 등 경기부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을 중심으로 대출이 감소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은행의 기업대출은 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대출 시장에서 은행의 대출 감소는 기업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은행의 기업대출 감소는 신규 대출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기업의 대출을 회수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어, 이 경우 우량 기업이 자금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기업대출 증가도 양날의 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긍정적 측면에서 보면 △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통한 실물경제에 기여 △국채수익률보다 높은 기업대출 이자율로 보험사 운용수익률 제고 △상대적으로 운용수익률이 높고 만기가 긴 기업대출 비중 증가로 인한 보험사의 금리 위험 축소 등이 있다.

반면 경기부진이 심화되면서 기업대출과 관련된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어 보험사의 위험관리에 부정적일 수 있다.

신용위험이란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 약화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게 될 위험을 의미한다.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꺾이고 있는 추세여서 부채 상환여력이 약화지고 있다.

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사에서 기업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은행권에서 신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만기 연장이 어려운 기업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험사의 신용위험은 은행보다 클 수 있다”며 “때문에 기업 도산이 증가할 경우 기업대출 부실이 늘어나 보험사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므로 이를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