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없는 보조인이 단독으로 손해사정, 보험업계 '만연'"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3-20 15:03 수정일 2016-03-20 15:47 발행일 2016-03-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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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손해사정업체 관리 부실"
보험금을 산정하는 손해사정 전문업체들이 자격을 갖추지 않은 보조인에게 모든 손해사정 업무를 위임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손해사정 업체들은 보험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보험사로부터 손해사정 업무를 위임받는 구조인데, 보험사들의 손해사정업체 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등 여러 보험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에이원손해사정은 지방의 일부 지사에 손해사정사를 두지 않고 보조인들에게 손해사정 업무를 모두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98조에 따르면 손해사정을 하는 법인은 2명 이상의 상근 손해사정사를 두고, 지점 또는 사무소를 설치할 경우 수행할 업무의 종류별로 1명 이상의 손해사정사를 둬야 한다. 그러나 에이원손사는 일부 지점에 손해사정사를 두지 않고 보조인들로만 운영해온 것이다.

실제로 ING생명에 보험을 가입한 고객 정 씨(대구 거주)는 지난 1월 피부질환 수술을 받고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 불과 1년 전에도 동일한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받았던 정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ING생명은 손해사정업체인 에이원손해사정에 이 청구건을 위탁했고, 이후 담당자가 정씨를 찾았다. 정씨의 근무지를 찾아온 담당자는 손해사정사 자격을 갖추지 않은 보조인이었다. 정씨가 담당손해사정사와 일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보조인은 서울본사에서 일을 위탁받았다며 본인과 단독으로 일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정씨가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에이원손해사정은 손해사정사가 없는 지점 6곳을 사측 홈페이지에서 없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보조인을 고용해 단독으로 손해사정 업무를 시키는 손해사정 업체들이 업계에 허다하다”며 “서울 본사에만 손해사정사를 두고 지사는 무자격자들로만 운용하며, 보조인 활용인원 제한도 어기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손해사정 업체들이 무자격자에게 단독으로 손해사정을 맡기는 가장 큰 이유는 전문가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에이원손해사정처럼 대형업체도 법을 어기며 일을 하는데 소규모 업체는 이 같은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전문 업체에 위탁을 맡기기만 하고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손해사정을 맡기게 되면 고객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법 손해사정업체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에 불과해 이런 행위들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불법사실이 밝혀지더라도 해당 업체는 제재나 주의 정도만 받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