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돈이 멈췄다…통화정책 효과 ‘제한적’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3-17 17:00 수정일 2016-03-17 17:08 발행일 2016-03-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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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회전율 9년만에 최저…저금리·경기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처 못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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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돈맥경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화당국이 저금리 정책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어도 자금이 돌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기업 투자나 가계 소비 등 실물경제의 활성화로 연결되는 고리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에서 당좌예금, 보통예금, 별단예금, 가계종합예금 등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은 올해 1월 현재 21.2회로 약 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금 회전율은 월간 예금지급액을 예금평잔액으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은행에 맡긴 돈을 인출해 사용한 횟수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은의 저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돈맥경화 현상이 풀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은은 2014년 8월부터 작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0% 포인트 내렸다.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았던 셈이다.

기업 투자 역시 위축됐다. 작년 12월 말 시중통화량(M2) 잔액(원계열 기준) 2247조3000억원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금액은 590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520조9000억원)보다 13.4%(69조7000억원) 늘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일부 기업들이 수익으로 생긴 자금을 설비 등에 투자하기보다 쌓아뒀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바닥세를 보이다 보니 시중에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은 작년 말 기준 약 931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

이처럼 저금리가 실물경제의 활성화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경기 둔화 등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금리가 매우 낮아 가계나 기업이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의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이 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정부의 재정정책이 중요하다는 주장과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별로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효과도 커질 수 있다”며 “재정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