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금감원…“ISA 불완전판매, 일단 은행 자율에 맡기되…”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3-16 17:39 수정일 2016-03-16 17:48 발행일 2016-03-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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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현장검사시 영업 위축 우려…금감원 ‘노심초사’
현장검사 칼바람 압박에 은행들 초긴장
“지금은 쉬쉬, 시간 지나면 다시 불거질 듯”…불완전판매 차단 절실
캡처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둘러싸고 불법, 편법, 불완전판매의 문제점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금융권에 대한 전면적인 현장검사가 필요하지만 그럴 경우 은행의 영업 위축 등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ISA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은 ISA 불법·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당장 현장점검을 나가는 대신 일단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민병진 금감원 일반은행국장은 16일 “ISA 판매가 개시된 지 며칠 되지 않아 금융권의 영업 행태 등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문제가 불거진 부분은 일단 개별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민 국장은 이어 “현장점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부실한 투자성향 분석 후 상품판매, 판매과정에서 불충분한 설명 등 판매현장에서 불거지는 이슈를 중심으로 절차를 준수하도록 각 금융사에 당부했다”며 “당분간 모니터링을 통해 예의 주시하면서 문제가 불거지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현장점검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해 쉽사리 감독의 칼을 빼들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ISA는 정부가 국민들의 재산증식을 위해 공들인 정책인데 판매 시행 초반부터 당국이 칼을 들이대면 금융사들이 영업위축 등 소극적 태도로 변할 수 있다”며 “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IBK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묻지마 가입’ 등 불완전판매가 벌어지고 있다.

브릿지경제의 취재 결과 기업은행의 경우 판매 개시일 전부터 ISA가입계약서를 배포하고, 상품설명 및 설명서도 없이 가입란에 서명을 유도했다. 심지어 계좌 비밀번호 4자리까지 보안이 미흡한 계약서류에 적도록 하는 등 비정상적인 영업 행태를 벌이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NH농협은행에 대해서도 불완전판매 의혹이 나오고 있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1174개의 점포(2015년 6월 기준)를 보유한 농협은행의 ISA 개시 첫날 가입자 수는 1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전체 가입자 수인 31만여명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로, 한 점포당 하루 평균 136건의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ISA에 한 명을 가입시키는 데만 40분 가량 소요되는데 한 점포에서 130여건의 계약을 하루에 체결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지자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잔뜩 긴장한 눈치다.

은행들은 각 지점에 불완전판매 금지를 당부하는 교육 및 자료를 배포하고 지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ISA 출시 전부터 실적 달성을 압박하다가 불완전판매 등 불법영업에 대한 눈총이 쏠리자 은행들이 당혹해하며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불완전판매로 적발되면 경영진 입장에서도 불리하기 때문에 당장은 조심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조직차원의 영업 압박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