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은 기준금리 동결…금융시장 불안정성 영향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3-10 10:17 수정일 2016-03-10 17:21 발행일 2016-03-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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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부진·저유가 부담…금융안정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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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3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

한국은행이 3월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50%로 동결했다.

한은은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본관 회의실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부터 9개월 연속 동결됐다.

이날 금통위의 결정은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기보다는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흔들리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동결 후 추이를 보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사상 초유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기업 구조조정 지연과 이른바 ‘좀비 기업’ 양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 등 각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에 앞서 국내 금통위가 열리는 것도 금리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세계경기 흐름,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상향되고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 가시화됨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이 증대된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조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장에 혼선을 가져오는 등 주요국의 통화완화정책 효과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때문에 한은은 섣불리 금리조정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실질금리 수준이나 통화증가율, 유동성 상황 등 여러 지표로 비춰볼 때 현재 1.5% 정책금리 수준은 실물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높은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조정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고, 국내 경기의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추세라 금리인하 인하 기대감이 여전하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지표금리가 8일 기준금리인 1.50% 밑인 1.481%로 떨어졌다. 지난 3일 1.504%로 한 달 만에 1.5% 위로 오른 뒤 한은의 금리인하 전망에 따라 3거래일 만에 다시 1.4%대로 하락했다.

최근 한국 경제지표가 지속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세계 각국이 저물가로 추가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탓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은 지난 2월 전년동기대비 12.2% 줄어 지난 2009년 2월(-18.5%) 이후 7년 만에 최대폭의 감소세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이기도 하다.

세계 경기 둔화도 한은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하성근 금통위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일본, EU, 중국 등의 국가들은 추가적인 금융완화를 실행하거나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도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저물가 위험이 줄지 않고 있어 금융완화 축소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판단했다.

금융시장에서도 2분기 추가 인하 전망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경제지표가 부진한 양상을 보인다면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