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과당경쟁’, 금융당국이 나서야할 때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3-02 14:47 수정일 2016-03-02 16:36 발행일 2016-03-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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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기자
이나리 금융부 기자

요즘 금융당국을 보면 은행권의 ‘과당경쟁 유발자’로 거듭나는 듯하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성과연봉제, 계좌이동제 도입 등 쏟아지는 금융정책들로 인해 은행권의 과당경쟁이 극심해지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편의성과 권익제고를 위해 이같은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로 인해 은행권에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5대 시중은행은 ISA 고객유치를 위해 골드바, 자동차 등 경품에만 16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기존 고객인 ‘집토끼’를 지키면서 경쟁사 고객인 ‘산토끼’를 끌어오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하고 있다. 직원 1인당 100계좌씩을 만들어 오라는 ‘묻지마 판매’까지 등장,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중이다.

은행들의 출혈경쟁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시작된 무리한 영업전이 중소기업대출 시장에 이어 신용대출 시장 등으로 확산된 지 오래다. 우량고객 금리할인, 지점장 전결금리 할인 등 각종 금리우대혜택, 집단대출시 노마진 세일 등 고객을 뺏고 뺏기는 혈전을 벌여왔다.

성급한 성과연봉제 도입 역시 금융서비스 질 저하, 불완전 판매 등으로 금융소비자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이를 모르는 척 눈감아 왔다. 국민들의 편의에만 초점을 맞춘 채 은행들의 과당경쟁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가격 위주 과당경쟁과 자산규모 확대에 치중하는 경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생존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러니 금융당국은 ‘묵인’의 관행을 깨고 ‘칼’을 빼들어야 한다. 자제를 요구하거나 경고하는 수준을 넘어 과당경쟁을 억제할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결국 피해를 받는 쪽은 금융 소비자, 국민들이다.

이나리

금융부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