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상이 예능이 되려면

김진희 기자
입력일 2016-02-21 14:52 수정일 2016-02-21 14:54 발행일 2016-02-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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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김진희 산업IT부 기자

최근 한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의 온라인 광고가 외모 비하 논란을 낳았다.

예쁜 여학생이 있다는 말에 혹했던 남자 주인공은 못생긴 학생과 마주하자 화를 내며 뺨을 때린다. 이어 보정 앱을 쓰라며 스마트폰을 던진다. 맞은 학생은 카메라 속 예뻐진 자신의 모습에 감탄한다. 네이버의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개발한 ‘스노우캠’의 광고다.

내용에 한 번, 대응에 두 번 놀랐다. “못생기면 맞아도 된다는 뜻이냐”며 앱을 삭제했다는 항의가 이어지자 회사는 영상을 지웠다. 사과문은 포털에 주소도 나오지 않는 블로그에 올렸다. 마케팅 활동의 중심인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었다. 곧 다른 영상이 업데이트됐다.

스노우캠 관계자는 “페이스북 이용자 사이에서는 재미있다는 댓글도 많았다”고 답했다. 일부의 항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였다.

문제 영상은 한 건이 아니었다. 코믹 촬영 기능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 여사원을 보고 다른 사원이 욕설을 뱉는 장면이 나왔다. 이 영상은 지금도 확인 가능하다.

스노우캠은 유명 연예인들이 사용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카메라 앱 순위 1위에 올랐다. 노이즈 마케팅이 절박한 상황도 아니다.

스노우캠의 캐치 프레이즈는 ‘일상이 예능이 되는 꿀잼 카메라’다. ‘예능 같은’ 영상을 찍으라고 만든 앱인데 홍보영상은 사용자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채웠다. 이들이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 또한 선을 넘는 언행을 거듭하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다.

미국의 희극인 티나 페이는 “어떤 사람이 똑똑한 지는 그가 무엇에 웃는지를 보고 알 수 있다”고 했다. 지능까지 갈 필요도 없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공감능력만 발휘해도 충분할 것이다.

김진희 기자 gen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