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하 초읽기(?)…직접 나선 이주열 총재

이채훈 기자
입력일 2016-02-16 17:43 수정일 2016-02-16 18:02 발행일 2016-02-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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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 "추가 인하 여력이 없지는 않다"
국내 경제 상황과 미 통화정책 방향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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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올 1월까지 7개월 연속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해 온 금통위는 이날 위원 한 명의 반대 속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연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월이나 4월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직접 나서 “추가 인하 여력이 없지는 않다”며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한은은 16일 금통위를 열어 시장의 예상대로 연 1.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금통위원 7명 중 하성근 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주열 총재의 금리 인하 부작용 언급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 총재 본인도 “금리 인하 기대 효과가 불확실하다”면서도 “추가 인하 여력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가 금리 조정에 대한 완고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라고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2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추가 인하의 여력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현재 금리 수준이 연 1.50%인데 하향 조정할 정책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금리 조정으로 인한 기대효과가 불확실하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경제 성장세가 약화되고 물가상승률도 중기 목표치를 밑돌면서 금리를 낮춰 경기를 살리자는 주장이 있지만, 그럴수록 거시경제·금융안정 리스크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종전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정 이후 일본 경제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 점을 우려했다. 일본 마이너스 금리는 16일(현지시간) 본격 시행됐지만 그전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엔화 약세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보기는커녕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며 엔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이 총재는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 결정시 예기치 않은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견제했다.

이 총재는 “대외 여건이 워낙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 보니 일본의 새로운 정책도 대외 여건에 묻히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금리 인하 효과는 불확실하고 부작용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구전략을 추진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신중하게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 전에 세계 정책 공조 차원에서 통화 완화적 신호를 보내거나, 국내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가 확인되면 한은이 다음달에라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11일 미국 의회에 출석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전제조건으로 금통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국내 경기 부진 △미 통화정책 방향 △각국의 정책 공조 움직임 등을 꼽았다.

한편 금통위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일은 3월 10일이다. 미국의 FOMC 회의는 닷새 지나 15일부터 이틀간 이어진다.

이채훈 기자 free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