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응팔’에서도 볼 수 없던 은행원 성동일을 보고 싶다면?

이채훈 기자
입력일 2016-02-04 07:00 수정일 2016-02-04 07:00 발행일 2016-02-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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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은행의 숨결, 서울 시내 금융 역사 나들이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미니어쳐와 스토리텔링이 있는 친숙한 박물관…세계 3대 저금통 테마파크는 ‘덤’
<신한은행 금융사박물관> 금융, 은행, 화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광화문·청계광장과 지척

하루에도 몇 번씩 트렌드가 바뀌는 실시간 유행의 시대에 무언가 백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왔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일이다. 문득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면 ‘초심’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도심 속 낯선 공간에서 이색적인 경험까지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여기 ‘백년은행’을 지켜온 두 은행이 자랑하는 공간을 소개한다.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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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저금통 테마파크로 손꼽히는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내 저금통갤러리에 전시된 중국 움막집 형태의 저금통.(사진제공=우리은행)

명동까지 와서 쇼핑만 하거나 남산에서 케이블카만 탔다면 당신은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곳에는 일제강점의 상흔과 이에 맞선 독립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고 남산 신궁이 있던 터를 들러도 좋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은행에서 역사와 문화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익숙한 듯 낯선 명동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을 추천한다.

지난 2004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우리나라 근현대 은행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1899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민족은행인 대한천일은행이다.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의 금융독립을 위해 세운 곳이다. 우리은행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고종황제의 묘소인 홍유릉을 빼놓지 않고 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듯 이 박물관에는 대한천일은행 창립관련 문서를 비롯해 회계·운영장부 등 근현대 금융문화유산 2만8000여점이 소장돼 있다. 특히 천일은행 창립 관련 문서 및 회계장부는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79호 및 국가기록원 국가지정기록물 제11호로 지정됐다.

사실 은행사박물관의 매력은 다양한 금융 관련 소장품을 통해 역사 속 은행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과거 경성의 모습을 재현하면서 근대 은행들의 본점 위치가 어디였는지 살필 수 있는 미니어처(축소모형)와 수기에서 ATM으로 진화하며 달라진 현대의 은행 영업점 창구 변천사를 보여주는 미니어처는 놓쳐서는 안 될 전시품 1호라 할 수 있다.

과거 우리은행의 두 전신인 상업은행, 한일은행 시절에 쓰던 사무용품과 통장 등도 박물관의 의미를 더하는 전시품들이다. ‘응팔’(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팬이라면 미니어처와 함께 한일은행 관련 전시물을 보면서 직장에서 성동일 과장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 박물관의 백미는 ‘저금통’이다. 이런 모양으로도 저금통을 만들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저금통들이 전시돼 있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저금통 소장 박물관으로서 세계 각국의 진귀하고 다양한 저금통 6000여점중 600여점을 저금통 테마파크·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은행전문박물관이기도 하지만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세계 3번째 규모의 저금통 테마파크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전시품을 보다 보면 저금통도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우리나라 은행의 역사를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미니어처 등을 통해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관람시간: 10:00~18:00(일요일·법정공휴일·근로자의 날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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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금융사박물관에 전시된 저축미호. 항아리 형태에 저축을 홍보하는 내용이 적힌 쌀 저금통으로 일제강점기 때 은행에서 나눠주던 일종의 기념품이다.독천금융조합에서 만들었다.(사진제공=신한은행)
◇신한은행 한국금융사박물관

청계천 산책길을 따라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까지 걷다 보면 옛 조흥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이어지는 한국 은행사의 거대한 한 줄기를 느낄 수 있다. 청계천 광통교 역시 두 은행과 인연이 깊은데 2005년 청계천 복원 사업 당시 신한은행은 광교 초입에 ‘정조대왕 능행반차도’를 재현해 서울시에 기증한 바 있다. 지금도 광교 길목을 굳건히 지키는 신한은행 광교영업부는 과거 조상제한서(국내 5대 상업은행이었던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의 첫 글자를 딴 조어)의 맨 앞자리로 국내 상업은행사를 풍미한 조흥은행 본점이 있던 자리다. 이 건물 앞에는 광통교를 4분의 1일 크기로 축소한 모형도 있다. 광통교의 실물은 장충단공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계천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청계광장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자리한 한국금융사박물관은 우리나라 금융 발전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국내 금융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자 신한은행이 1997년에 설립한 국내 최초의 금융사 전문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근현대 우리나라의 은행사를 집대성해놨다고 해도 좋을 만큼 꼼꼼한 기록들이 전시돼있다. 설립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내 금융사와 화폐, 신한은행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의 수집과 관리, 연구와 전시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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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금융사박물관이 소장 중인 한성은행규칙. 1897년 한성은행이 처음 출범하면서 정한 규칙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 법인 규정이다.(사진제공=신한은행)

이 박물관의 가장 큰 미덕은 개항기 은행 설립 초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금융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는 것이다. 개항기 이전에 사용되던 각종 거래문서 등 고문서와 금융거래에 사용된 계산도구 등의 도구까지 6500여점의 금융사 관련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중 약 5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이외에도 옛 조흥은행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신한은행 역사 관련 기물, 문서, 사진, 유가증권, 통장, 광고물 등이 전시돼 있으며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화폐들도 만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3층의 한국금융사실·신한은행사실, 4층은 화폐전시실, 체험실 그리고 갤러리로 구성돼 있으며 3층 한국금융사실에는 △전통시대 △근대기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등 우리나라 금융의 발전을 시대 순으로 정리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국금융사박물관은 신문로와 세종로가 만나는 문화의 거리인 광화문 위치해 있다”며 “금융사, 은행사, 화폐 등을 한번에 알아보고 싶다면 신한은행 금융사박물관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10:00~18:00(일요일·법정공휴일 휴관)

이채훈 기자 free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