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공자 말씀과 2016년 한국의 현실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입력일 2016-01-31 16:19 수정일 2016-01-31 16:20 발행일 2016-02-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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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기원전 500년대 공자의 언행을 담은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고(志學), 서른에 뜻을 확고히해 자립했고(而立), 마흔에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不惑), 쉰에는 하늘의 뜻을 알게 되었고(知天命), 예순에는 사물의 이치를 알게 되었고(耳順), 일흔에는 마음이 가는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다(從心).”

즉. 지학은 청소년의 Dependence(의존), 이립, 불혹, 지천명은 장년의 Independence(독립), 이순과 종심은 노년의 Interdependence(교류의존)를 찾아가는 단계라는 것을 설파한 것이다. 인간의 일생을 시공간의 삼차원적인 시각에 덧붙여 사차원적인 이치(理致)의 개념을 통해 꿰뚫어보는 공자의 사상이야말로 인(仁)을 중심으로 한 인간중심주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500년이 지난 서기 2016년에 사는 우리들의 삶은 공자의 말씀과 많이 빗나가 있다.

유치원 때부터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수많은 학습의 부담을 어깨에 지고 살며, 초중고 때는 극심한 대입경쟁에 시달린다. 대학 때는 치열한 취업전쟁에 거의 만신창이가 된다. 취업 후에도 지옥 같은 ‘미생’ 드라마가 연출되며 직장인의 90%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퇴직한다.

40~50대에는 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아래 퇴직의 올가미가 서서히 목을 졸라온다. 퇴직 후에는 새로운 창업에의 도전을 마다하지 않지만, 교언영색의 돈벌이 프로젝트에 미혹되어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한 가운데 자식들의 출가에 그동안 축적한 모든 재산을 아낌없이 버리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된다.

60대에는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다시 한번 일자리 구하기로 나서야 한다는 뼈아픈 생의 첫걸음을 다시 떼야 한다. 70대에도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생활의 연속이다.

공자의 말씀에 비유하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는 대신 경쟁에 치이고, 서른에 뜻을 확고히 하는 자립 대신 취업전쟁에 혈투를 벌이고, 마흔에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신 물욕의 유혹에 사기를 당하고, 쉰에는 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대신 퇴직과 더불어 가정을 깨게 되고, 예순에는 사물의 이치를 알게 되는 대신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되고. 일흔에는 마음 가는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는 대신 또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현실의 세태가 이렇게 변한 것은 경제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의 잘못, 인재(人災)일까 아니면 사회구조적으로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인 천재(天災)일까. 필자가 내린 결론은 그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이, 공자의 표현대로라면 군자,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자는 “군자란 천하를 다스리는 데에 있지 않고 하늘을 우러러보아 부끄러움이 없고 땅을 굽어보아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고, 부유했을 때 오만하지 않고, 가난했을 때 비굴하지 않으며, 이세상 모든 사람에게 덕을 베푸는 겸손함을 갖추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현대의 위정자, CEO, 리더들이 2500여년 전 한 남자의 말만 귀담아 들었어도 오늘의 현실세태가 이토록 암담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문득 해본다.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