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유류세 너무 비싸다고 전해라"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입력일 2016-01-28 15:13 수정일 2016-02-17 09:47 발행일 2016-01-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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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국제 유가가 20~3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세일가스 개발로 촉발된 미국과 OPEC의 힘겨루기와 이란의 석유수출 가세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20달러가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하락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잘 모르겠지만 차를 가진 소비자들에게는 ‘굿 뉴스’로 만 들린다. 유가하락 만큼 주유소 판매가도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치 때문일 것이다. 2011년 유가가 100달러 선일 때 휘발유가격이 1900~2000원이었던 것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유가가 20 ~ 30달러 선인 요즘 최소 50%는 하락할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세금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다 감안하더라도. 그러나 차를 몰고 찾아간 주유소의 판매가격은 1300 ~ 1400원대 여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이러한 비대칭의 괴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국내 유류세 때문이다. 국내 휘발유에는 6가지의 세금이 붙는다.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 교육세는 79.35원(교통세의 15%), 주행세는 137.54원(교통세의 26%) 등 총 746원의 세금이 붙고 여기에 관세(수입액의 3%)와 수입부과금(리터당 16원)이 추가된다.

이 기준으로 1월 셋째 주 휘발유 소비자가격 1381원을 분해해 보면, 유류세는 모두 889원으로 기름 값의 65.1%를 차지한다. 현행 유류세는 리터당 일정액을 부과하는 종량세여서 유가가 10달러 선으로 하락하여도 가격은 1,0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저유가로 소비는 증가하여 2014년 유류세 19조 3553억 대비 지난해에는 2~3조원 더 걷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저유가로 가장 큰 수혜자를 보는 곳은 정부라는 얘기다. 그래서 유류세 인하요구가 현재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우선, 우리나라 유류세가 적정한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선진국과 비교하여 소득 대비 유류세비율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OECD 회원국 중 유류세 비중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영국과 독일 정도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나라 유류세액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중간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 객관적이고도 명확한 검증으로 국내 유류세가 소득대비 과다하다면 당연히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국제유가의 급등락에 따른 완충장치 마련이다. 국내 석유가격 결정구조는 국제유가를 여과 없이 반영하는 구조다 보니, 유가 폭·등락 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비가 많이 내릴 때는 빗물을 제대로 저장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가뭄이 들면 바닥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천수답(天水畓)’ 구조다. 이렇다 보니, 고유가 시에는 석유업계 전체가 폭리의 주범으로 매도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2011년 고유가 시대 때 ‘기름 값이 이상하다’는 MB의 한 마디에 그 대책으로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부랴부랴 만든 바 있다. 이렇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을 할 것이 아니라, 일본처럼 탄력세 제도 등을 도입하여 유가 급·등락 시 파급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유류 탄력세를 기름 값에 연동하여 일정 금액을 초과해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잠정세율(탄력세율)로 세금을 조정하여 충격을 완화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정부가 거둔 유류세가 균형 있게 잘 사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점검이다. 현행 유류세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통세다. 그런데 이 중 상당액은 전국의 도로건설에 사용되고 있다. 전국을 다녀 봐서 알겠지만 신규도로 건설로 통행 차량이 거의 없는 지방 국도가 산재해 있다. 목적이 달성된 만큼 공익에 부합하는 다른 목적을 찾아내어 국민혈세가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