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능력중심사회, 선택 아닌 '필수'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학장
입력일 2016-01-24 15:03 수정일 2016-01-24 19:12 발행일 2016-01-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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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학장

우리나라 국가 인재양성의 틀이 학력위주에서 능력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학문과 진리탐구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현장수요와 다소 거리있는 교육을 시켜오던 대학들은 현장맞춤형 실무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이론중심의 교육에 메스를 가하고 있다.

또한 일을 하면서 학습도 병행하는 일·학습병행제가 확산되는 등 능력중심사회로의 이동이 빠르게 실현되는 모습이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제도와 일·학습병행제도는 우리사회를 능력중심사회로 이끄는 두 개의 큰 축이다. 이들 제도는 학교교육과 산업수요간의 괴리를 좁히면서 망국병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학벌만능주의를 타파할수 있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맞춤형 일자리가 늘면서 청년층 실업자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견인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을 하면서도 학습을 병행할수 있어 대학진학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든다. 

명분과 이론, 겉치레보다는 능력있는 인재양성을 최대의 가치로 삼게 만드는 이들 정책은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민교육헌장의 실사구시적 정신과 부합하면서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직업훈련과 자격제도를 현장중심으로 개편해 대학을 안 나와도 현장에서 일을 잘하거나 직업훈련기관 교육을 충실히 받을 경우 기업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이렇게 되면 채용 과정에서 학력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줄어들고 공정한 처우를 받는 게 가능해 진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호주를 비롯 영국 핀란드 등 많은 선진국들이 이와 비슷한 제도를 적용해 산업계가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길러 내는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는 글로벌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스위스의 도제교육을 기초로 하여 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발전시킨 정책이다. 기업이 현장에서 필요한 근로자를 채용해 일을 시키면서 이론교육과 현장훈련을 제공하는 직업교육훈련이다.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는 도제교육을 통해 젊은학생들을 능력있는 기술인재로 키우는 제도로 기업 입장에선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져서 좋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능력있는 인적자원을 많이 보유하게 돼 국가경쟁력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교육과 산업수요간의 미스매치를 해소시켜 줄 현장맞춤형 직업교육 정책들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현장수요에 맞는 인재양성은 국가경제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현재 한국폴리텍대학의 34개캠퍼스와 일부 대학,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서 일·학습병행제와 NCS의 정착을 위해 각종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며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들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덜 성숙돼 있는게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스펙을 중시하며 학벌주의로 흐른 것은 명분과 체면을 먼저 내세우는 사농공상의 봉건질서 사고가 아직도 사회전체에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와야 결혼을 하고 임금도 많이 받으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대접을 받아온 게 우리사회의 보편적 관행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력 학벌 스펙보다 능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능력중심사회로의 이동이 가능해 질 것이다.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