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콜라보레이션’ 시대가 왔다

정보철 이니야 대표
입력일 2016-01-21 17:09 수정일 2016-01-21 17:10 발행일 2016-01-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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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철 주간
정보철 이니야 대표

지난해 11월, 서울 명동이 갑자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명동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노숙을 하는 아찔한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그것도 하루가 아닌 일주일째 멀쩡한 사람들이 노숙을 한 것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옷을 사기 위해서였다.

노숙인들은 명품 브랜드 발망이 디자인하고 글로벌 스파 브랜드 H&M이 만든 자켓을 비롯한 한정판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사들였다. 이날 한정판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전세계 61개국, 약 250개 매장에서 동시 판매됐으며 국내에서는 명동 눈스퀘어점을 포함한 4개 지점에서 판매가 예정 되어있었다.

개장 직전까지 명동과 압구정지점에는 약 400명, 부산 센텀시티점에는 100명 이상이 줄을 서 있었다. 덕분에 해당 컬렉션은 출시 3시간 만에 완판됐다. 디자인의 발망과 제조의 H&M이 각각 강점을 발휘한 이 날의 이벤트는 패션시장에서 콜라보레이션의 장래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콜라보레이션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를 가질 수 있는 가격으로 셋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그 동안 없었던, 또는 앞으로도 없을지 모르는 상품을 얻을 수 있다. 시장에서의 콜라보레이션은 ‘1+1=2’의 공식을 뛰어넘는다.

이종기업간의 협업으로 정의되는 ‘콜라보레이션’이 패션업계에 던지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 서로 다른 인물이, 서로 다른 브랜드가 협업하며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는 이 행태는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안성맞춤이다.

콜라보레이션의 장점은 패션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비자 니즈를 민첩하게 파악해야 하는 창업 시장에서도 콜라보레이션의 물결이 번지고 있다. 혁신이 필요하다고 느낀 브랜드는 새로운 아이템을 수혈하기 시작했다.

와바의 경우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와바는 이태원과 홍대의 소규모 펍에서만 알음알음 판매하던 수제 맥주 ‘크래프트 비어’를 전격 수용해 관련 브랜드 맥주와 접촉을 시도했다. 새롭게 리브랜딩 작업을 마친 ‘와바 탭하우스’는 1년여 간 성공적으로 운영을 지속해오고 있다. 세계맥주 프랜차이즈로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보다 발전, 계승시키기 위해 변화를 꾀한 것이다.

콜라보레이션을 컨셉으로 한 외식 브랜드도 흥행 중이다. 대형 실내포차 브랜드 ‘코다차야’는 먹자골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같은 분위기를 강조한다. 한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전문 메뉴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것이다.

패션시장에서나 외식창업시장에서 콜라보레이션이 부각되는 것은 소비자의 욕구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동시에 여러 가지를 얻으려 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면 무엇보다 ‘자신과 다른 것’을 받아들이려는 유연한 자세가 절실하다. 콜라보레이션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정보철 이니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