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돈이 더해지면 빈곤은 더해간다?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입력일 2016-01-14 15:10 수정일 2016-01-24 14:20 발행일 2016-01-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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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도시바 분식회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성완종 리스트 파문, 어린이집 보육교사 폭행, 지역농협 부실대출 그리고 최근 일어난 몽고식품 회장의 운전기사 폭행까지…. 이 사건들에 공통적으로 연관돼있으면서 대한민국, 나아가 세상을 뜨겁게 달군 근본 원인은 바로 ‘돈’이다. 만약 돈이 결부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사건들이 일어났을까?

돈은 사람의 관계를 수평에서 수직으로, 평등에서 불평등으로 변모시킨다. 더불어 윤리를 비윤리적으로, 에너지의 원천을 내부에서 외부로, 우정보다는 서열을 강조한다. 돈이 만들어 놓은 참상(慘狀)이다. 물론 돈이 가져다 준 물질적 풍요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돈으로 물질적 가치는 더해졌지만 정신과 인간관계는 더욱 피폐해지고 빈곤해 진다.

어떤 사건에 돈이 결부되면 제일 먼저 자율성이 차단된다. 예를 들어보자. 성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다음의 두 코치가 있다. A코치는 “할 수 있어! 죽는 힘껏 달려보자!”라며 큰 소리로 독려하며 선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반면 B코치는 인센티브는커녕 조용하고 자상하게 선수들을 타일러줄 뿐이었다. 어느 코치가 장기적으로 성공했을까? 답은 B코치다. 인센티브로 선수들을 독려하는 행위는 선수의 관심과 에너지의 원천을 내부에서 외부로 바꾼다. 결국 내적욕구인 성과와 역량보다는 돈에 관심이 쏟아지면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돈과 관련된 외부적인 인센티브는 자율성을 저해하고 내적 자원의 활용을 방해함으로써 성적을 더욱 악화시킨다.

또한 돈은 관계성을 훼손시킨다. 관계성이란 나이, 사회적 지위, 경제적 수준 등과는 관계없이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 속성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성에 돈이 결부되면 서열화가 되고 수직적인 관계로 전환된다. 사회에서 만나는 관계는 아무리 잘해도 중·고등학교 친구만큼 친해지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사회 친구는 돈을 매개로 만났지만 중·고등학교 친구는 우정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친구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믿음이 가고 마음이 편한 이유다.

그래서 돈을 멀리하면 관계도 좋아지고 사업도 더 잘된다. 최근 중국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성장 원인을 ‘대규모 자금 투입과 값싼 노동력, 미투(Me Too)제품의 베끼기 관행으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근시안적 사고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설립된 지 28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상장을 고집한다.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고작 1.4%, 나머지 98.6%는 8만2471명의 직원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런정페이 회장은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의 미래와 경쟁력에 대해 고민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성장의 원동력”라고 설명하면서 “경영권 세습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 선포했다.

지난해 12월 23일 CNN머니는 ‘올해의 최고경영자’로 코스트코의 크레이그 젤리넥을 선정했다. 미국의 대표 소매유통업체인 월마트, 타깃, 시어드 등이 온라인 쇼핑 강자 아마존에 밀려 고전하는 가운데 코스트코만 여전히 승승장구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젤리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객과 직원을 진심을 다해 대하면 결국 보답이 돌아온다는 것이 코스트코 철학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문제를 돈과 무관하게 만들어보라. 관계도 좋아지고 사업도 잘된다. 중·고등학교 친구와 우정을 나누듯 말이다.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