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미래 한국의 먹거리는 '소프트웨어'가 정답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6-01-11 14:28 수정일 2016-01-11 14:29 발행일 2016-01-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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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ONG Moon)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신년벽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향후 10년을 어찌 먹고 살아나가야 할지 걱정이라는 신년사를 답습했다. ‘스마트폰 부진에 실적회복세 꺾인 삼성전자’라는 소식부터 연초를 장식했으니 다른 기업들도 위기 타개방법 찾기에 다급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 그리 된 걸까. 국내 업계 전반적 분석은 “시장이 포화되어”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그러나 ‘포화’란 말이 과연 맞는건지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샤오미는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의 점유율을 높였다는 말인가. 시장 이익 전체의 95%나 챙긴 애플의 입에서는 그런 문구가 나온 적이 없는데 과연 포화가 맞냐는 점이다.

한국이라는 범위만 들여다봐서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이 나오질 않는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해답이 보인다. 삼성의 경우 애플과 지리멸렬하게 펼쳐오던 사상초유의 대규모 특허전에서 ‘완패’를 당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배상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미국연방항소법원 판결이 나왔다. 애플은 성이 차지 않는다는 듯 부수적 손해와 이자 명목으로 추가청구 소장을 냈다. 완패의 원인은 어디서 온 걸까. 법조계 표현상 외관상으로는 디자인특허 침해로 표현돼있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프트웨어(SW) 완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허전 초기부터 삼성이 SW를 하질 않았고 이제 좀 해보겠다고 벼르는 형국이므로 SW완패라는 점을 자인하기 꺼려하는 심사는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삼성 위기에 대한 해법의 정곡이 여기에 숨어있다. 삼성이 SW완패를 자인하는 순간 삼성은 비로소 거듭날 것이 분명해 보이는 까닭이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입장을 견지한다면 그리 희망적이진 못할 것이다. 자동차, 바이오 등의 먹거리 후보 고정메뉴로서 늘 등장하건만 우리 앞날을 담보할만한 견고한 자산은 단연 IT일 것이다. IT산업을 맨땅에서 일구어낸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게든 고난도 과제다. 그러나 우리는 격동 50년의 굴곡을 거쳐오는 동안 통쾌하게 성취해냈다. IT로 인해 지금 영화를 누리고 있고 글로벌 IT강국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삼성이 ‘좁쌀’로 대변되는 중국 기업들에게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IT가 우리의 먹거리로서 과연 안전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렵게 돼버렸다.

그렇다면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국내기업들에게 요구되는 자세는 무엇일까. ‘오늘날 IT강국이라는 한국을 가장 위협하는 일은 무엇인가’ 혹은 ‘우리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불편한 진실은 IT속에는 없는가’라는 질문을 허심탄회한 던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0.8’이라는 숫자에 대한 의식여하에 달려 있다. IT전체의 80% 몫을 차지하는 SW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어느 정도인지. 바로 그 수치만큼이다. 참담한 현실을 웅변해주는 이 수치에서 왜 벗어나질 못하고 20% 몫 뿐인 하드웨어(HW)에만 혈안이 돼있는 걸까.

그건 ‘SW’의 ‘S’자만 봐도 지레 겁에 질리는 고질병 때문이다. 이 증상의 근원을 파헤치는 일이 먹거리 발견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드웨어 일변도의 마인드로부터 탈피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IT선진국과의 SW격차를 점차 줄여나가야겠다는 각오 없이는 IT도 먹거리 후보군에서 제외될 운명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