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새해 증시 '불확실성'이 문제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입력일 2016-01-04 15:38 수정일 2016-01-04 18:16 발행일 2016-01-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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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외국인 매도가 한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가 매수를 계속한 것과 비교된다.

기관 매수가 배당이란 한시적 요인 때문인 걸 감안할 때 기관 매수 약화는 수급 공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1월 주가 동향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의 동시 매도’라는 수급 공백으로 주가가 5% 이상 하락한 적이 있는 만큼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외국인 매도는 어떻게 될까?

당분간 매수, 매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을 것 같다. 한 쪽으로 쏠리게 만들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주가가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매수를 하기도, 그렇다고 매도를 하기도 어정쩡한 상태여서다. 작년 8월 이후 외국인 매매 동향을 보면 주가가 저점을 치고 오르는 동안 주식을 사들였다가 상승이 꺾인 후에 매수를 줄이는 패턴을 계속했다. 주가가 2000을 넘은 후에는 가격보다 미래 경제 상황과 기업 실적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이중 어떤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아 매매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원화 강세도 외국인에게 걸림돌이 될 것이다. 미국금리 인상 직후 시작된 원화 강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로 내려왔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원화가 2% 가까이 절상된 셈인데, 한미 양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1150원 밑으로 내려가긴 힘들 것 같다.

미국의 첫 번째 금리 인상이란 재료는 이미 환율에 반영됐다. 이제는 2차, 3차 인상에 대비해야 할 때인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달러 강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를 메울 정도로 종합주가지수가 오른다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의 원화 강세는 외국인들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선진국 주가도 문제다. 외국인 매수는 선진국 주가와 흐름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이 자국 주식시장 동향을 통해 우리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선진국 시장은 뚜렷한 상승흐름을 보이기 힘들 것 같다. 고주가 부담이 계속되고, 4분기 이후 미국의 기업 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선진국 주가 흐름은 외국인 매수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시야를 넓혀 올해 전체를 보더라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진다. 외국인 매매의 불확실성은 다른 어떤 때보다 클 가능성이 있는데 무엇보다 이머징 마켓의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1985년에 유가가 10달러대로 하락한 후 15년 동안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 했던 사례에 비춰 볼 때 당분간 원자재 가격이 상승 추세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원자재 가격의 장기 횡보는 신흥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통해 부채 문제를 촉발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신흥국이 느끼는 부담이 점점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내 경제는 다른 신흥국에 비해 탄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 국가 신용등급이 오른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신흥국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이머징 마켓에서 돈이 빠져 우리 시장으로 들어오는 걸 기대할 만도 하다. 문제는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다. 시간을 두고 신흥국 전체로 문제가 번져 나갈 경우 우리 시장도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