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경제정책 '새판'을 짜자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입력일 2016-01-03 15:37 수정일 2016-01-04 09:58 발행일 2016-01-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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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만나는 사람마다 복 많이 받으시란다. 새해에는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기를 바란단다. 듣기 좋은 새해 덕담이요, 꼭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바람이 덕담이나 기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에 합당한 처방 그리고 모두의 힘을 모은 끈질긴 노력이 있어야만 그 바람은 현실이 된다.

새해 경제운용 계획에서 정부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므로 성장과 일자리를 위한 종합처방을 제시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제시된 처방에는 위기에 대응하는 절박한 심정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책당국은 위기 때마다 우리가 채택했던 과거의 정책내용을 변화된 여건에 맞춰 조금씩 수정해 적용하다 보면 조만간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공궤도로 진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추진해 온 또는 금년에도 계속하고자 하는 정책의 내용을 근본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나 점진적인 개선보다는 경제운용 방향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전통적 성장모델이었던 기업주도 성장에 의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기업투자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토목 중심의 재정지출, 부채 늘리기를 통한 일시적인 소비촉진 정책의 한계도 분명해졌다.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약간의 개선을 도모하는 방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 정책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경제운용의 새 판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추진됐던 신자유주의적 성장우선정책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성장의 원천을 기업소득 중심에서 가계소득 증대로 바꾸어야 한다. 선성장 후분배 정책에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부양보다는 구조개혁과 근본적 체질개선을, 성장률이라는 평균개념으로부터 벗어나 고용률과 한사람 한사람의 생활의 질을 중시하는 성장으로, 자본주도 성장에서 노동과 소득주도 성장으로, 기업주도 성장에서 기업소득과 임금소득이 함께 늘어가는 방향으로, 대기업 개혁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함께 가는 성장으로,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정책으로 바꾸어 가야 한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용기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도전 없이 과거의 성공경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는 조금씩 가라앉는 거함처럼 어느 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값비싼 경험도 가지고 있다.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어려움을 당했을 때, 그때는 하루빨리 구조개혁을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 짓고 위기극복을 선언하는 것이 해답인 줄 알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 그때 좀 더 철저히 그리고 제대로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지 않았던가.

10년 아니 5년 후에라도 2016년 그때가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시기였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는 후회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비록 지금은 인기가 없고 힘이 들더라도 제대로 된 길을 향한 발판을 깔아야 할 때가 바로 금년이다.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