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의 경영산책] 냄비근성, 이제는 경쟁력이다!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입력일 2015-12-03 15:55 수정일 2015-12-03 15:56 발행일 2015-12-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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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속성에는 ‘냄비근성’이라는 것이 있다. 냄비근성이란 냄비가 빨리 끓고 식듯이 어떤 일이 있으면 흥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성질을 말한다. 끈기와 인내력의 정반대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한국인의 부정적인 속성으로 통한다. 한때 서양인들은 대한민국을 두고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린 나라’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냄비근성에도 긍정의 뜻이 있다. ‘바로 나설 때는 과감히 나서고 털어버릴 때는 깨끗이 털어버린다’는 의미다. 즉 잦은 실패로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과감히 새로운 도전에 주저 없이 나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시장의 트렌드는 빛의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고객의 요구사항과 경쟁자들의 잦은 출현은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킨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는 즉각적인 시장대응과 빠른 의사결정이 해결책이다. 결국 이제는 냄비근성이 경쟁력인 셈이다.

오늘날 전 세계 어디서나 즐기는 카카오톡도 냄비근성의 결정체다. 개발사는 2009년 아이디어 상품으로 친구 추천 기능을 갖춘 카카오톡, 마이크로 카페 형태의 카카오 아지트 그리고 동영상과 사진을 곁들인 채팅 카카오 수다를 동시에 시장에 내놓고 그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카카오톡을 빠르게 선택했다. 그 후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업데이트하는 방법으로 한국의 대표 메신저가 된 것이다.

구글, 애플, IDEO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남들보다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뜻으로 ‘Quick & Dirty’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냄비근성이 ‘Quick & Dirty’인 셈이다.

지난달 11일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IBM은 ‘디자인 속도 경영’에 박차를 가한다고 밝혔다. IBM은 그동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시장조사→제품개발→테스트→판매 방식을 썼다. 이 같은 방식이 관료주의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려 급변하는 IT 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제작한다는 느낌으로 제품을 개발하면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냄비근성이 IBM의 주요 경영전략이 된 셈이다.

손자의 유명한 경구 중 이런 말이 있다.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각종 혁신, 혁명, 창조, 지식의 이동은 속도의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투쟁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빠른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1965년 말 100대 기업 중 35년 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두산, LG전자를 비롯한 16개에 불과하다. 美 포천지가 1970년에 선정한 500대 기업 중 30년 후까지 생존한 기업은 30%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그 기업은 도태되고 만다.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태초의 속성인 냄비근성이 있다. 이제는 냄비근성을 ‘부정의 속성’이 아닌 ‘창조의 도구’로 끌어내어 가속화 시켜야 한다.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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