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 한해 18조5000억원 사용… 고가검진 논란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5-11-15 13:34 수정일 2015-11-15 16:14 발행일 2015-11-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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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의료산업전…건강검진<YONHAP NO-1416>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건강검진 관련 의료비용으로 한 해 최대 18조5000억원을 쓴다는 추정결과를 발표했다.(연합)

건강검진 관련 의료비용으로 한 해 최대 18조5000억원을 쓴다는 추정결과가 나왔다. 연간 총 개인의료비의 5분의 1을 건강검진비료 사용한 셈으로, 지나치게 많은 검진 횟수와 고가의 검진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건의료분야 연구공동체인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15일 ‘건강검진은 어떻게 ’산업‘이 되었나?’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한해 건강검진에 사용하는 총 재정규모를 이같이 추산했다.

연구소는 국가와 개인, 민간기업·단체 등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이뤄지는 각종 건강검진에 들어간 비용을 산출했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교육부·국방부·지자체 등 국가 건강검진사업으로 나간 비용은 한해 1조924억3700만원 정도였다.

또 국민이 개인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사용한 금액은 약 1조1387억원, 민간기업·단체에서 건강검진에 지출한 비용은 연간 최대 1조6814억원에서 최소 1조391억원으로 추정했다.

연구소는 이와 함께 건강검진 후 이상소견을 통보받고 정밀검사나 치료를 위해 추가로 쓴 이른바 ‘건강검진 유발 의료비용’을 4조6000억원에서 많게는 14조6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런 결과들을 바탕으로 연구소는 건강검진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쓴 의료비를 건강검진 자체 비용과 건강검진 유발 의료비용을 합쳐 최대 18조5000억원에서 최소 8조원으로 추정했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사람이 쓴 연간 총 개인의료비는 85조4000억원이다. 이에 비춰볼 때 한해 총 개인의료비의 최대 5분의 1(21.7%)에서 최소 10분의 1(9.3%)을 건강검진에 쏟아 부은 셈이다.

과다한 비용은 지나치게 많은 건강검진 횟수에서 비롯된다. 국내에서 건강검진은 이미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국가, 기업, 개인 등 각 경제주체가 저마다 건강검진 상품을 구매한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수명을 80세라고 가정할 때 국가 시행 건강검진만 성실하게 받더라도 태어나서 기대여명까지 살다 죽을 때까지 총 30회가 넘는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 기업이 지원하거나 개인이 받는 건강검진까지 합하면 횟수는 더 많아진다.

건강검진 횟수가 많을수록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병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상급 종합병원들은 고가의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대형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것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진항목은 많지만 정작 필요한 검사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조기 진단을 통해 질병을 예방한다는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