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도 경쟁력… 디자인에 빠진 아파트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5-11-09 15:53 수정일 2015-11-09 16:07 발행일 2015-11-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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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아이파크 시티 전경
세계적인 조경디자이너 로드베이크 발리옹이 참여한 ‘수원 아이파크 시티’는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사진제공=현대산업개발)

유명 건축가들이 손길이 닿은 아파트가 속속 공급되고 있다.

성냥갑 같은 풍경은 지양하겠다는 지자체,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수요자를 유인하겠다는 건설사, 개성 있는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수요자들의 요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이달 경기도 용인 동천2지구에 분양 예정인 ‘동천자이’에 하버드대 교수인 ‘니얼 커크우드’ 교수가 참여한 차별화된 조경을 선보일 계획이다.

니얼 커크우드 교수는 GS건설이 지난해 11월 공급한 하남 미사강변도시 ‘미사강변센트럴자이’에 생태조경을 조입한 디자인을 적용, 이름을 날린 바 있다. 이번 ‘동천자이’에는 단지 전체를 관통하는 통합형 중앙공원과 함께 500m 이상의 순환형 산책로를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이 경기도 고양시 중산동에서 선보일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에도 ‘수원 아이파크 시티’에 참여했던 세계적인 조경디자이너 로드베이크 발리옹이 함께 한다. 주거동을 2열로 배치해 넓은 동간 거리를 확보하고, 단지 중앙에 축구장 3배 크기의 중앙광장 등을 제공한다.

갤러리아 포레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에 참여한 ‘갤러리아 포레’는 거실에서 270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평면으로 서울 고가 아파트시장을 견인하고 있다.(사진제공=한화건설)

건설사들이 이처럼 유명 디자이너와 손을 잡는 데는 그들이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단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대부분 건설사들의 시공능력이 평준화된 상황에서 유명 디자이너가 평면·외관·조경 설계에 참여하면 이색적이고 차별화된 단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타임워너센터, 일본의 롯폰기힐스 등 세계적인 건축물 뒤에는 어김없이 유명 디자이너가 참여한 건축물이란 꼬리표가 따라붙곤 한다”며 “별다른 수식어 없이도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였다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일 것”고 설명했다.

실제, 한화건설이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과 함께 디자인한 ‘갤러리아 포레’는 최고가가 54억원을 호가하며 서울 고가 아파트시장을 이끌고 있다. ‘해운대 아이파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등 내로라하는 주상복합 아파트도 유명 디자이너의 손을 거쳤다.

다만 과거 서울·부산 도심 최고급 랜드마크 단지들이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을 했다면 최근에는 수도권이나 지방의 일반 아파트에서도 이 같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수요자들의 안목은 높아진 반면 고분양가에 대한 저항은 커진 탓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애초에 비싸게 팔릴 아파트에 유명 디자이너를 참여시켜 인위적으로 랜드마크를 만들었던 건설사들이 최근에는 경쟁력과 입주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며 “판매율도 높이고 브랜드도 알리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관을 둥글게 디자인에 겉에서는 예쁘지만 정작 실용성은 떨어지는 아파트도 있다”며 “특히 외국 디자이너의 경우 우리나라와 정서가 다른 만큼, 이름값만 믿기보다 단지설명이나 평면도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