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 '앤트맨' 크기도 재미도 작다. 그래도 '마블' 끌리는 건 사실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9-02 19:15 수정일 2015-09-02 20:49 발행일 2015-09-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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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앤트맨’ (사진 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앤트맨’은 신체를 개미 크기로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영웅이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영화가 주는 스케일은 그만큼 더 화려하다.

작아진 앤트맨 주위로 펼쳐지는 풍경은 우리의 일상을 독특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몸은 작아졌지만 액션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이는 작아질 수록 신체능력이 강화되는 앤트맨 슈트의 힘이다.

‘앤트맨’은 스콧 랭(폴 러드)이 우연히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 박사의 앤트맨 슈트를 훔치면서 시작된다. 행크 핌 박사는 몸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핌 입자를 발명해 앤트맨 슈트를 개발한다. 하지만 제자 대런 크로스(코리 스톨)가 핌 입자로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려 하자 슈트를 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런 크로스는 스스로 핌 입자를 개발해 앤트맨 슈트에 버금가는 옐로 재킷을 만들어 세상을 위협한다.

작아지는 것 외에 앤트맨의 또 다른 능력은 개미를 조종하는 것이다. 영화는 병정개미, 총알개미, 수개미 등 앤트맨과 팀을 이루는 다양한 개미 동료를 귀엽게 묘사한다.

주인공이 입는 슈트는 전혀 다르지만 ‘앤트맨’은 ‘아이언맨’과 비슷하다. 주인공이 슈트를 입으면 능력이 생기는 것과 주인공이 과학과 친하다는 점이 닮았다. ‘아이언맨’ 시리즈처럼 ‘앤트맨’도 진지함 속에 마블 특유의 유머를 넣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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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과 그의 탈것이 된 개미 (사진 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만 ‘앤트맨’은 영웅이 고난을 극복하고 악당을 쳐부수는 볼거리면에서 많이 아쉽다. 영화엔 앤트맨이 슈트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이 나오지만 주로 개마와 친해지는 과정이 대부분이라 영웅으로서의 성장하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앤트맨의 주인공 스콧 랭이 주는 매력도 약하다. 그는 치명적으로 잘생기지도 않았고 위트가 넘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저 한 가장의 아버지로 평범한 캐릭터에 불과하다. 마지막 앤트맨이 악당 대런 크로스와 싸우는 장면도 작아진 설정 탓에 긴장감이 덜하다. 영화는 둘의 싸움 중간중간 줄어들지 않은 원래 크기 인간의 시선을 보여준다.

레이저 불꽃이 튀고 기차가 돌진하는 등 작아진 앤트맨에게 다급한 순간은 정상적인 시선으로 보면 작은 벌레들의 싸움일 뿐이다. 그런 부분이 극 초반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여러 차례 반복되니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는다.

사실 마블 원작에서 행크 핌은 앤트맨 1세대로서 ‘어벤저스’의 오리지널 멤버다. 하지만 영화로 오면서 ‘앤트맨’이 뒤늦게 제작되고 앤튼맨 1세대를 넘어 2세대인 스콧 랭이 ‘어벤저스’ 팀에 합류한다. 그래서 영화엔 앤트맨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동료 팔콘(안소니 마키)과 만나는 장면이 들어갔다.

영화가 끝나고 소개되는 보너스 영상에는 마블의 다음 영화 ‘캡틴 아메라카: 시빌워’에 앤트맨이 나온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번개를 부르고 하늘을 날으며 방패를 던지고 괴물로 변하는 영웅들 사이에서 작아져야 강해지는 앤트맨의 활약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3일 개봉.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