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극장가가 2015년 주말매출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 주말매출은 8775만5756달러, 톱 12의 주말매출은 6888만7912달러로 2015년 최저치다. 웬만한 마블 히어로물 개봉주말 매출에 한참을 못 미치는 액수다.

개봉영화 총 편수는 86개,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유지했던 2015년 3주차(1월 16~19일)의 65개보다 20개 가량이나 많지만 당시 주말매출은 총 2억4998만6167달러, 톱 12는 2억2814만3564달러를 벌어들였다.

35주차 박스오피스 톱 10을 구성하고 있는 영화를 보고 있자면 주말매출 최저치 기록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힙합 마니아를 겨냥해 N.W.A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Straight Outta Compton)이 벌써 3주째 1위다.

하물며 6월 12일에 개봉한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가 9위까지 치고 올랐다. 개봉 12주차 주말 ‘쥬라기 월드’는 301만770달러를 벌어들이며 누적매출 6억4297만8555달러를 달성했다.

영화명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갱스터랩의 선구자 N.W.A의 데뷔앨범 제목으로 3주차 주말 1313만3560달러를 벌어들였다. 누적매출은 1억3401만9735달러로 제작비(2800만 달러)의 5배 가까이를 벌어들이며 ‘힙합’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N.W.A는 행동하는 흑인들(Niggaz Wit Attitudes)의 줄임말로 캘리포니아 컴턴 출신의 래퍼 아이스 큐브(본명 O‘Shea Jackson)와 DJ이자 프로듀서 닥터 드레(본명 Andre Romelle Young), 래퍼 이지 이(본명 Eric Wright), MC 렌(본명 Lorenzo Patterson), DJ 옐라(본명 Antoine Carraby)로 구성된 갱스터 크루다. 욕설에 가까운 가사와 폭력성 등으로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던 그룹이다.

분명 함께 시작했지만 이지이·매니저 제리 헬러(폴 지아마티)와의 갈등으로 아이스 큐브, 닥터 드레가 차례로 빠져나가면서 그들의 관계는 디스(무례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디스리스펙트, Disrespect의 준말로 상대방의 허물을 공개적으로 공격해 망신을 주는 힙합의 하위문화)를 창시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아이스 큐브는 N.W.A 탈퇴 후 활발하게 활동하며 갱스터랩 장르를 이끌었고 닥터 드레는 컴턴의 마피아 출신 서지 나이트(Suge Knight)와 데스로우 레코드를 설립해 음악적 활동을 계속했다. 두 사람은 이후 각자 음악활동을 하며 수많은 플래티넘 앨범과 싱글곡을 발매했다. 특히 스눕독(Snoop Dogg) 등 당대 내로라하는 래퍼들과 함께 한 닥터 드레의 첫 솔로앨범 ‘The Chronic’은 G-Funk의 정석으로 회자되고 있다.

마약과 여자, 폭력, 총 등에 쩔어 살던 N.W.A는 리더인 이지이의 권유로 재결합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이지이는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95년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관심거리로 넘쳐났다. 2015년은 이지이 사망 20주년으로 N.W.A 멤버들에게는 의미심장한 해다. 아이스 큐브와 닥터 드레는 영화 제작자로 참여했고 아이스 큐브 역은 그의 친아들 오셔 잭슨 주니어(O’Shea Jackson Jr.)가 연기했다. 게다가 서지 나이트는 올초 영화 촬영 현장에서 차를 급발진시켜 1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치기도 했다.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갱스터 힙합의 전설은 최근 닥터 드레가 16년만에 앨범 ‘컴턴’을 발매하면서 더욱 이슈가 되고 있다. 영화 개봉에 맞춰 발매한 이 앨범에는 이지이의 목소리 샘플링이 수록돼 힙합팬들에게는 더욱 반갑다.

글=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인포그래픽=현예진 기자 yesjin.hy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