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 이런 유쾌한 풍자를 봤나!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5-08-27 14:26 수정일 2015-08-27 14:38 발행일 2015-08-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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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풍자로 인도 역대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사진제공=와우픽쳐스)

발리우드 열풍을 더욱 거세게 했던 ‘세 얼간이’(3 Idiots, 2009)의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과 아미르 칸이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P.K. 이하 피케이)로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이번엔 외계인이다. 외계인에게 지구는 고난의 땅이다. 지구에 땅을 내딛는 순간부터 우주선을 부르는 목걸이 모양의 리모컨을 도둑맞는다.

벌거벗은 채 사막을 헤매던 외계인에게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당신 피케이야?” 그래서 그의 이름은 ‘피케이’가 돼 버렸다.

그가 주정뱅이 혹은 ‘술 취했어?’를 뜻하는 ‘피케이’로 불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말도 안통하는 낯선 지구에서 리모컨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벌이는 행태들이 지구인들에게는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의 이야기는 두 갈래로 시작한다. 외계인 피케이의 지구 불시착 그리고 그 민감하다는 힌두교 집안의 여자 자구(아누쉬카 샤르마)와 이슬람교도 남자의 위험한 사랑에서 시작한다.

지구인들은 “리모컨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피케이에게 하나같이 “오로지 신만이 아신다”고 대답한다. 그 신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그 신의 종류가 또 너무 많다. 수년 동안 ‘신’을 찾기 위해 전단지까지 만들어 돌리는 피케이 그리고 결국 사랑에 배신당한 후 인도로 돌아와 TV리포터로 활약 중인 자구가 조우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두 사람이 잃어버린 ‘리모컨’을 찾기 위해 의기투합하면서 힌두교와 이슬람 진영의 잔인하고 흉폭한 종교전쟁, 신앙심을 이용한 사기행각 등 인도사회가 가진 흉측한 민낯이 낱낱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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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나 그리고 마음에 달렸다는 평범한 진리는 대립각을 세운 종교관, 사기꾼들의 창궐, 사랑의 오해와 결실 등으로 표현되고 풍자된다.(사진제공=와우픽쳐스)

우리‘를’ 만든 신과 우리‘가’ 만든 신, 마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감을 건드린 누군가의 속삭임이 만들어낸 불신. 모든 것은 나 그리고 마음에 달렸다는 평범한 진리는 대립각을 세운 종교관, 사기꾼들의 창궐, 사랑의 오해와 결실 등으로 표현되고 풍자된다.

이토록 유쾌한 풍자극 ‘피케이’는 인도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으며 북미에서 2014년 12월 개봉해 1061만6104달러, 중국에서 2015년 6월 개봉해 1938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영화의 유일한 약점은 한국어 제목에 노력하지 않아도 지난해 최고 흥행작 ‘별에서 온 그대’와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전작 ‘세 얼간이’를 연상시키는 ‘별에서 온’과 ‘얼간이’를 조합한 부제가 붙었다는 사실이다.

피케이가 극 후반 끊임없이 외쳤던 ‘롱 넘버(Wrong Number)’다. 한국개봉 9월 3일.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