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한화 로저스 완봉승, 강렬하게 현란하게!

브릿지스포츠팀 기자
입력일 2015-08-12 11:25 수정일 2015-08-12 11:25 발행일 1970-01-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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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에스밀 로저스(연합)

한화 이글스를 넘어 역대 KBO리그 외국인 투수 가운데 시즌 도중 합류해 이렇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투수는 없었다.

 
한화 에스밀 로저스(30)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벌어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현란한 변화구를 섞어 9이닝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완봉승을 거뒀다. 김경언의 투런 홈런 등 타선의 지원도 있었지만 로저스가 지배한 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6일 대전 LG전에서 9이닝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둔 로저스가 두 번째 등판에서는 완봉승(4-0)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외국인투수가 국내 무대 데뷔 후 2경기 연속 완투는 KBO리그 사상 최초의 대기록이다.
 
로저스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7시즌 210경기 등판해 19승22패 평균자책점 5.59를 기록했고, 올해도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18경기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6.27의 성적을 남겼다. 이런 활약 덕에 시즌 3분의 2가 경과한 시점에도 연봉 70만 달러(약 8억원)을 받고 한화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 기대치에 100% 화답하고 있다. 로저스는 2경기에서 18이닝을 소화하며 6피안타 3볼넷 14탈삼진 1실점(1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0.50을 찍었다. 한화팬들은 물론 kt 홈팬들도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성적이다.
 
데뷔전에서 볼넷 3개를 내줬던 로저스는 이날 최고 154km의 묵직한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섞어 다양한 패턴으로 경기 전까지 8월 팀타율 1위(0.338)를 달리던 kt 타선을 봉쇄했다.
 
힘을 빼고 가볍게 던지다가도 위기에서는 상대를 압도하는 피칭이 돋보였다. 마르테와의 대결이 대표적인 예다.
 
선발 등판한 로저스는 8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기분 좋은 예감을 갖게 했다. 4회말에는 선두타자 오정복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뒤 이대형에게 내야 안타를 내주며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로저스는 흔들리지 않고 마르테를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다. 계속된 2사 1,3루 위기에서도 장성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6회말에도 오정복에게 볼넷, 이대형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지만 또 마르테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공교롭게도 9회말 2사 후 마르테를 2루수 뜬공으로 잡은 뒤 효과적인 볼배합을 함께 한 조인성과 기쁨을 나눴다.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오던 마르테는 로저스 앞에서 병살타 2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상대 중심타자로부터 결정적 찬스에서 유도한 2개의 병살타는 kt 타선의 힘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로저스의 압도적인 투구를 느낄 수 있는 대결이다.
 
다양한 구종과 이닝 마다 변화를 준 패턴이 있어 가능했던 결과다. 빠른 볼과 슬라이더 위주로 던지다가 다음 이닝에는 커브를 섞었고, 커브의 제구가 불안하다 싶으면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kt 타선을 농락했다. 여기에 빠른볼의 위력을 더하게 한 체인지업을 뿌리다보니 kt 타자들은 로저스의 투구 패턴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물론 몸쪽 볼에 대한 제구가 불안해 바깥쪽으로 치우치는 승부도 있었지만 지금의 로저스라면 이 부분에 대한 보완도 조속히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강렬한 투구 내용과 다양한 패턴으로 상대 타선을 유린한 로저스 덕에 한화는 새로운 활력을 얻으며 ‘5위 싸움’ 그 이상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브릿지스포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