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사자 구자욱, 레전드 양준혁과 평행이론?

브릿지스포츠팀 기자
입력일 2015-08-08 08:52 수정일 2015-08-08 09:33 발행일 1970-01-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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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연합)

삼성 라이온즈는 두산과 함께 KBO리그 최고의 팜을 지닌 구단으로 통한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10년간 오승환과 최형우, 배영섭이라는 걸출한 신인왕을 배출했고, 이들의 힘은 통합 4연패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유니폼을 입고 신인왕을 받았던 선수 중 최고는 역시나 은퇴한 양준혁이다. 1993년 삼성에서 데뷔한 양준혁은 그해 타율 0.341 23홈런 90타점의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성적표를 써냈다.

같은 해 이종범이라는 또 다른 천재가 등장했지만 신인왕은 양준혁의 몫이었다.

양준혁이 누구인가. 삼성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 중 하나로 그의 백넘버 10번은 은퇴와 동시에 누구도 달 수 없는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특히 양준혁은 야구에 대한 성실한 자세가 성적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내야 땅볼에도 전력으로 1루까지 내달렸고, 심지어 볼넷을 골라 나갈 때도 걷는 법이 없었다. 결국 프로 18시즌동안 2135경기 출장, 통산 타율 0.316 351홈런 1389타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지금도 양준혁이 보유하고 있는 통산 기록은 최다 경기, 안타, 타점, 득점, 볼넷 등 무려 9개에 달한다.

그야말로 전설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선수가 바로 양준혁이다. 그런 양준혁을 똑 닮은 선수가 푸른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손꼽히는 삼성 구자욱이다.

두 사람의 생김새는 전혀 다르지만 큰 키와 긴 팔다리, 그리고 좌타자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양준혁 역시 신인 시절에는 구자욱과 마찬가지로 마른 체형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닮은 점은 바로 안타 생산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비춰봤을 때 구자욱은 2의 양준혁’ ‘양준혁 후계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구자욱 역시 1군 첫해부터 KBO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94경기에 출장한 그는 타율 0.344 9홈런 48타점 16도루를 기록, 사실상 신인왕을 한 상태다. 무엇보다 신인선수가 수많은 선배들을 제치고 타격 4위에 올라있다는 점은 그의 잠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구자욱은 지난 5kt와의 경기에서 23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써냈다. 한화의 레전드로 추앙받는 1987년 이정훈(당시 빙그레)의 데뷔 첫해 22경기 연속 안타를 넘어선 순간이었다. 이튿날 SK와의 경기서 무안타에 그쳐 기록이 중단됐지만, 구자욱은 프로야구 신인 이정표를 새로 세웠다.

구자욱의 페이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타격감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신인 최고 타율까지 노려볼 수 있다. 이 기록은 공교롭게도 양준혁이 보유 중으로 1993106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1을 기록했다. 현재 구자욱은 양준혁 기록에 근소하게 앞서있다.

데뷔 첫해부터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에게 코칭스태프의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 류중일 감독은 구자욱에 대해 "이승엽보다는 양준혁 같은 타입의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전제조건도 달았다. 큰 신장(189cm)에 비해 너무 마른 체격(86kg)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아직 파워 면에서 성장을 더 해야 한다"면서 "중장거리형 타자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승엽보다는 양준혁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더불어 모처럼 대형 신인의 등장에 삼성의 통합 5연패 전망도 장밋빛으로 다가오고 있다.

브릿지스포츠팀 sport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