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롯데 때문에"… 기업규제 강화 우려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5-08-05 18:23 수정일 2015-08-05 18:36 발행일 2015-08-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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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빌미로 기업규제가 강화되고, 현 정부의 친기업 정책 기조가 바뀔까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와 관련한 규제입법이 제기되고 공정거래법 재개정론까지 일고 있어 ‘반기업 규제’를 재계가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정치권은 롯데그룹을 겨냥해 해외법인까지 상호출자 규제를 의무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가 일본 기업이어서 국내법으로는 규제받지 않는 맹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롯데그룹과 같이 상호출자가 제한된 기업집단은 비상장기업이라도 최대주주 보유주식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하는데 해외법인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 롯데그룹의 상호출자 고리에 있는 회사는 국내 상호출자 회사 459개 가운데 90.6%인 416개인데 일본 법인까지 합치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런 점을 반영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도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 지배구조 개선 추진에 나섰다. 당정은 6일 오후 김정훈 정책위의장 주재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회의를 갖고 롯데그룹을 중심으로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협의한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일본에 걸쳐 있는 만큼 내부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자료 제출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점검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지만, 롯데처럼 기존의 순환출자에 대해선 별도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김 정책위의장은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기업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얼마나 해소했는지 파악해 보고, 필요하다면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도록 법을 재개정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우에 따라선 롯데뿐 아니라 다른 그룹의 지배구조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해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날 당정회의에서는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데 대한 견제 장치도 논의될 전망이다. 롯데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0.05%, 신 총괄회장의 자녀 등 친인척 지분을 모두 합쳐도 2.41%에 불과하다.

대기업 오너가 미미한 지분과 순환출자로 기업을 개인 회사처럼 좌지우지하는 것은 경제정의에 부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 터라,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당정은 또 롯데를 비롯한 대기업 유통 계열사들의 문제로 지목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에 대한 제도적 규제 방향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 취득·매각, 사외이사 제도, 기업 공시 등 경영·승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그야말로 불투명한 재벌기업의 경영형태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까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분구조 때문에 상호출자 제한이 강화되면 증자나 해외법인 설립 등 계획한 투자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며 “정부가 시시비비를 가리되 옥석은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