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승’ KIA 반전 이끈 김기태 매직

브릿지스포츠팀 기자
입력일 2015-08-04 10:32 수정일 2015-08-04 10:33 발행일 1970-01-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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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KIA 9번타자 김원섭이 9회말 1사 1,2루때 역전 끝내기 홈런을 치고 홈에 들어오자 김기태 감독이 포옹을 하고 있다.(연합)

후반기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KIA 타이거즈의 올 시즌 농사는 흉작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일주일 사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이른바 김기태 매직의 발현이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고 맞이한 첫 주를 33패로 마친 KIA는 실낱같은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바뀐 외국인 투수 에반이 합류했고, 그동안 부진하던 나지완, 이범호 등 중심타선이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었다. 비록 팀 성적은 반타작에 그쳤지만 반전 계기를 마련한 셈이었다.

그리고 7월의 마지막 주를 맞았다. 상대는 치열한 5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SK와 한화였다. 두 팀 모두 가을 잔치를 위해 트레이드 승부수를 던지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었던 터라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게다가 경기 전까지 KIA는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밀리고 있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SK와의 주중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은 KIA는 내친김에 한화와 주말 3연전까지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이 가운데 끝내기 승리는 두 차례 있었고, 무려 5경기나 3점 차 이내의 접전이었다. KIA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주목할 점은 김기태 감독의 행보다. 김 감독은 6연승을 확정지은 뒤 상승세의 공을 오롯이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2일 한화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우리 선수들 정말 대단하고 수고했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6연승 속에는 김기태 감독의 화려한 용병술이 숨어있었다. 지난 1일 한화전이 대표적이었다.

김 감독은 5연승이 걸린 당시 경기서 9-7 리드를 잡은 7, 마무리 윤석민을 조기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윤석민은 91실점했지만 3이닝을 던지면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투구수는 50. 자칫 무리한 기용으로 판단됐다.

놀라운 점은 경기 후 윤석민에 대한 김기태 감독의 태도였다. 선수들과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던 김 감독은 윤석민 차례가 되자 갑자기 모자를 벗고 목례를 했다. 3이닝을 책임져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당황한 윤석민도 답례를 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튿날 경기에서도 파격적인 승부수는 계속됐다. 6회 브렛 필의 결승타로 3-2로 앞서나간 KIA는 총력전을 펼친 한화의 거센 반격을 막아야 했다. 피 말리는 1점 차 승부. 전날 윤석민을 무리하게 기용한 탓에 조기 투입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발 임준혁이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KIA는 김광수와 에반이 차례로 나와 1이닝씩을 책임졌다. 문제는 김경언부터 시작되는 9회였다. 이때 김기태 감독은 윤석민 대신 에이스인 양현종을 마운드에 올렸다. 좌타자는 좌투수로 막겠다는 심산이었다. 양현종은 아쉽게도 김경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조인성의 희생번트로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린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후는 윤석민 차례였다. 윤석민 역시 전날의 역투로 힘에 부친 상황. 장운호에게 내야안타를 내주자 한화 이글스 파크는 홈팬들의 응원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윤석민은 후속타자인 대타 황선일을 내야 땅볼로 막았지만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이 나오며 병살이 무산됐다. 이 사이 3루 주자 김경언이 홈을 밟아 동점이 됐다.

김기태 감독은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1루에서의 판정은 세이프가 아닌 아웃이었다. 주심이 아웃으로 정정하자 KIA 선수들은 한데 뒤엉켜 승리를 만끽했다. 쾌조의 6연승. 팀 순위는 아직 SK와 공동 6위이지만 멀어보였던 5위 한화와의 승차를 반 경기 차로 좁혔다.

김기태 감독의 매직과 함께 가을 잔치의 꿈도 서서히 무르익어가는 KIA. 

브릿지스포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