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 무리뉴, 독설로 '스페셜원' 등극

브릿지스포츠팀 기자
입력일 2015-08-04 10:31 수정일 2015-08-04 10:31 발행일 1970-01-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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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무리뉴 감독(AFP PHOTO)
 

첼시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축구계 인사들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들 중 한 명일 것이다.

무리뉴는 스스로를 '스페셜 원'이라 지칭한다. 뛰어난 지도력은 물론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무리뉴 감독은 '우승 제조기'로 불리며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실력뿐 아니라 경기장 내외에서의 퍼포먼스로 늘 축구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혹자는 무리뉴 감독에 대해 축구계의 '나쁜 남자'로도 부른다. 따뜻하면서도 까칠하다. 자기가 잘난 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맡은 팀 선수들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하다.

이러한 모습 때문일까? 무리뉴 감독에 대한 평은 너무나도 호불호가 갈린다. 우리 팀 감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선수들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팀에 대한 무한 애정까지. 서포터팀의 감독으로서는 누구보다 이상적이다.

반대의 경우 무리뉴에 대한 평은 불호에 가깝다. 매번 신경전을 이어감은 물론 정정당당한 승부 세계에서도 무리뉴는 상대 팀 흠 잡기에 바쁘다. 패자의 변명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뉴의 독설이 아파도 너무 아프다.

최근 무리뉴 감독의 발언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무리뉴는 10년 넘게 이어진 '영원한 앙숙'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와 신경전을 이어가며 새 시즌이 개막했음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무언가 다르다. 예전 같았으면 '뛰어난 언변술에 감춰진 카리스마'로 치부할 수 있지만 최근 무리뉴는 소위 말하는 '패자의 변명'에 가까운 말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흔히 말하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가까울 정도다.

지난 3일 새벽 무리뉴의 첼시는 시즌 첫 우승컵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첼시는 FA컵 우승팀 아스널과의 맞대결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커뮤니티 쉴드는 사실 이벤트성이 짙다. 그러나 아스널 아니 아르센 벵거 감독에 대해 평소 독설을 아끼지 않았던 무리뉴였기에 충격은 더 했다. 게다가 무리뉴는 이날 처음으로 벵거와의 맞대결에서 패했다.

경기 전 무리뉴 감독은 "아스널은 이겨도 기쁘지 않은 팀이다"며 상대를 도발했다. 그럴만도 했다. 무리뉴의 첼시는 벵거의 아스널을 상대로 76무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런 무리뉴의 첼시가 아스널에 패했다. 결과는 0-1이지만 쿠르트와의 선방이 없었다면 더 크게 패할 수도 있었다.

자존심에 흠집이 갔기 때문일까? 경기 후 무리뉴는 도발 아닌 도발을 보여줬다. 직접적인 비난은 없었다. 그러나 아스널 특히 벵거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상대와의 신경전을 이어갔다.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은 우승 퍼레이드에 나선 아스널 선수들을 축하했다. 무리뉴는 메주트 외칠과 페트르 체흐와 뜨거운 포웅을 나누며 옛 제자의 우승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무리뉴는 벵거 감독을 완전히 외면했다. 이후 준우승 메달을 관중석으로 던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제아무리 자존심이 센 무리뉴일지라도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는 평을 받았다.

게다가 평소 수비 축구의 대명사로 꼽히는 일명 '늪축구'의 창시자인 무리뉴가 선제 득점 후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아스널의 수비 전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무리뉴는 "최고의 팀이 패했다. 가장 수비적인 팀이 승리했다"며 움츠러든 아스널의 전술 아니 벵거 감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승 메달을 던진 이유에 대해서는 "준우승 메달은 모으지 않는다. 그래서 아스널 팬들에게 던져줬다"며 냉소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상대 우승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발언이라 수위가 너무 높았다는 평이다.

반면 이번 무리뉴 도발에 대해 지나치게 계산적인 다시 말해 의도된 전략이라는 평도 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은 첼시였다. 무리뉴 2년 차다운 행보였다. 적수가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한 첼시는 이변 없이 왕좌 탈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프리미어리그의 화두는 '디펜딩 챔피언'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2연패가 아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왕좌 탈환 여부다.

너무나도 조용했다. 이적시장에서 누구보다 아낌 없는 투자를 했던 첼시가 아니다. 선수 영입은 물론 흔하디 흔한 이적설도 거의 없었다. 이미 완성된 팀이라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아쉬웠다. 작년이랑 너무나도 대비됐다. 지난해 무리뉴의 첼시는 아낌 없는 투자로 프란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디에구 코스타 그리고 쿠르트와 등 거물급 스타 플레이어 영입으로 시즌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첼시는 '이적시장의 폭풍' 맨유에 밀린 탓인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벵거를 향한 무리뉴의 도발로 영국 언론들은 다시금 무리뉴를 조명하고 있다. 맨유에 쏠렸던 관심이 다시금 무리뉴의 첼시를 향하고 있는 셈.

어찌됐든 무리뉴의 도발은 새 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의 신호탄이다.

일주일도 안 남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무리뉴의 첼시는 2연패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대의 거센 추격에 대비한 선제공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무리뉴의 도발 역시 프리미어리그 흥행 요인 중 하나다. 팬으로서 선수와 팀이 아닌 감독들 간의 신경전 역시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브릿지스포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