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실리도’ 중국 야욕 억누른 한국 슈틸리케호

브릿지스포츠팀 기자
입력일 2015-08-03 08:32 수정일 2015-08-03 08:33 발행일 1970-01-01 99면
인쇄아이콘
PYH2015080208130001300
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두번째 골을 넣은 한국 이종호(10번)가 첫골을 넣은 김승대(12번)와 환호하고 있다.(연합)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젊은 선수들의 육성과 발굴을 목표로 삼은 동아시안컵에서 개최국 중국의 야욕을 억누르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김승대와 이종호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일본에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북한에 골득실에서 앞서 1위로 올라섰다. 오는 5일 같은 장소에서 맞붙는 일본까지 꺾는다면 2008년 이후 7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에 가까이 다가선다.

최근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수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중국 슈퍼리그의 성장과 더불어 중국 대표팀 경기력이 위협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중국은 우승후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었고 한국은 이를 모두 챙겼다.

2013축구광시진핑 국가주석 취임과 함께 날개를 단 중국 축구는 공한증(恐韓症)을 이겨내고 일본과 북한을 연파하고 대회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자신했지만 한국축구에 완패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1978년부터 한국에 1116패로 고개를 숙였던 중국은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을 3-0으로 꺾으며 "공한증은 옛말"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날 경기 수준이라면 다시 빠져들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동아시안컵 우승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지배하는 극동 축구의 구도를 깨겠다는 야심을 품고 A매치 85경기 미드필더 정즈까지 불러들였다. 이에 반해 손흥민-기성용 등 유럽파가 모두 빠진 한국은 젊고 국제경기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로 아시안컵 주전 멤버들을 대부분 포함시킨 사실상 1군 전력인 중국의 야욕을 무너뜨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전 승리한)여자대표팀에 이어 좋은 경기내용으로 이겨 기쁘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승리 소감을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 우승의 중요성을 말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2018 러시아월드컵을 내다본 젊은 선수들의 육성이었다. 유럽이나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에 밀려 A매치 경험 기회가 없는 선수들을 대거 부르면서 향후 선수층을 두텁게 하겠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목표였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4.3세인데 이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가장 젊은 선수로 구성된 팀이다. 1990년대 태어난 선수들이 18명이나 된다. A매치 경험이 한 차례도 없는 선수들이 7명에 이른다. 중국전에 나선 김승대, 이종호, 권창훈, 임창우 모두 데뷔전을 가졌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어린 선수들이 데뷔골 쇼까지 펼치는 등 오히려 중국을 압도하며 승리라는 실리까지 챙겼다.

이제 5일에는 한일전을 벌인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를 이끌고 한국 홍명보호를 4-2로 꺾었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 역시 젊은 선수 또는 A매치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늘처럼 경기를 한다면 일본전에 어떤 선수가 출전하더라도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은 박지성의 산책 세레모니로 유명한 20105월 사이타마 원정 승리 이후 한일전에서 22패로 부진했다. 2년 전 안방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맞대결에서도 1-2로 졌다. 동아시안컵 한일전은 연패의 사슬을 끊고 월드컵 알제리전 대패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축구팬들은 중국전처럼 명분도 실리도 챙길 수 있는 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브릿지스포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