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드리운 'D의 공포'… 한은, 물가안정목표 수정 불가피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7-30 18:07 수정일 2015-07-30 18:08 발행일 2015-07-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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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가격이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30일 오전 롯데마트서울역점에서 직원이 닭고기 상품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목표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의사를 시사한 가장 큰 이유는 저물가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2년 11월 1%대로 하락한 이후 올해 6월까지 32개월간 물가안정목표(2.5~3.5%)의 하한을 밑돌고 있다.

저물가가 장기화된 것은 수요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농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공급측면의 하방압력이 확대된데 주로 기인한다. 또한 한국경제의 구조변화도 저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데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소비·투자 기반이 약화된데다 글로벌화 진전에 따른 경쟁심화로 인플레이션 동학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은은 경제구조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저물가 고착화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목표물가안정제도를 수정하는 배경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의 저물가 고착화로 인해 우리나라 물가 상승에 한계가 생기고 있고, 이로 인해 물가안정목표 미달폭이 커지고 있다.

IMF 기준 전 세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2%에서 올해 들어 2.6%로 하락하는 등 저물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흥국의 경우 루블화가 크게 절하된 러시아를 중심으로 물가상승률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선진국에서는 미국, 유로지역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물가오름세가 크게 둔화됐다.

특히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나라 대부분에서 실제 물가상승률이 물가목표 하단에도 못 미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가가 물가목표에 얼마나 미치지 못하는지를 국가별로 보면 뉴질랜드, 호주, 체코 등은 1%포인트 내외이고 폴란드, 스웨덴, 영국 등은 2∼3%포인트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미달 폭이 2%포인트로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국가 중 4번째로 컸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