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화가 구인 우위의 미스매치 현상 심화시켜”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7-28 16:00 수정일 2015-07-28 17:38 발행일 2015-07-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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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구직자, 고학력화로 하향 취업 고려해야 할 상황"
나의 일자리는 어디에<YONHAP NO-1370>
고학력으로 인해 기능직 인력공급이 부족한 구인 우위의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대졸 구직자는 이로 인해 하향 취업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연합)

고학력화 현상으로 인해 전국 모든 권역에서 기능직 인력 공급이 부족한 구인 우위의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권역별 노동수급 미스매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는 인력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직후 악화했던 고용 사정은 2010년부터 나아졌다. 하지만 15∼29세 청년층은 여전히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방의 중소제조업체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업자가 다른 기술을 활용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노동인구가 새로 들어오면서 실업 수준을 낮출 수 있는 경우 일자리에 미스매치가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2010∼2014년 노동수급 미스매치 평균현황을 권역별로 분석한 결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국의 거의 모든 권역에서 직종별 미스매치가 심화했다.

충청권은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다른 부문으로 이용해야 하는 구직자 비중인 미스매치 지수가 30.1%로 가장 높았다.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동남권이 27.8%로 뒤를 이었으며 대구·경북지방인 대경권 26.6% 순으로 나타났다.

2008∼2009년 대비 2010∼2014년의 미스매치 변동을 보면 대경권이 11.0%포인트 상승했으며 호남권이 6.7%포인트 올랐다. 동남권 역시 5.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미스매치 지수는 0.8%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수도권 미스매치가 상대적으로 개선된 것은 관리·전문·사무직의 구직·구인 격차가 20.4%포인트에서 19.8%포인트로 축소된 영향을 받았다.

김영근 한국은행 지역협력실 과장은 “이런 현상은 본사·연구기능의 수도권 집중으로 관련 일자리가 증가한 데 힘입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2013년 기준으로 본사·본점과 연구개발조직은 각각 57.4%와 63.5%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태”라고 말했다.

대경권은 기능직의 구인·구직 격차가 2008∼2009년 -5.7%포인트에서 2010∼2014년 -17.3%포인트로 대폭 확대됐다. 구직자는 없는데 구인자만 대폭 늘어난 것이다.

김 과장은 “자동차, 섬유 등의 분야에서 인력수요가 증가했지만 인근 울산지역에 비해 영세 업체가 많고 임금 수준이 낮아 인력이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남권은 관리·전문·사무직에서 구직자 우위의 미스매치가 더 심화됐다. 기존 1.4%포인트에서 3.4%포인트로 증가해서다.

학력별 일자리 미스매치도 전국적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는 늘어났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더디면서 대졸 이상 구직자가 전체 구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2009년 19.8%에서 2010∼2014년에는 22.6%에서 늘었다.

고졸 구직자 비중은 같은 기간 42.5%에서 40.9%로 줄면서 구인 우위의 상태가 심화됐다.

김 과장은 “고학력화 현상으로 2010∼2014년 중 대졸 구직자의 상당수는 하향 취업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정원 확대에 따른 고학력화로 기능직의 노동수급 미스매치가 모든 권역에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과장은 “기능직의 경우 구인수요는 확대되고 있으나 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 등으로 구직 기피가 심화되고 있다”며 “정책당국과 업계에서는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