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기다린 최홍만, 2분도 못 버틴 패인은?

브릿지스포츠팀 기자
입력일 2015-07-28 15:52 수정일 2015-07-28 15:52 발행일 1970-01-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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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이 25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린 로드FC 24 대회의 무제한급 경기에서 일본계 브라질 선수인 카를로스 도요타와 펀치를 교환하고 있다. 5년 9개월 만의 복귀전을 가진 최홍만은 1라운드 KO패를 당했다.(사진제공=로드FC)

6년 가까이 기다렸던 팬들은 단 2분도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5)을 즐기지 못했다.

 
최홍만은 지난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로드FC 024 IN 재팬에서 카를로스 도요타(44,일본)에 1분 27초 만에 왼쪽 턱을 맞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지며 KO패를 당했다. 지난 2009년 10월 6일 ‘미노와맨’ 미노와 이쿠히사(일본)에 서브미션으로 진 뒤 약 6년 만에 링에 올랐지만 기대와 달리 허무하게 패했다.
 
최홍만이 토요타에게 펀치를 맞고 쓰러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단 10초. 넉다운된 최홍만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외국 격투기 매체들은 “최홍만이 벌목된 나무처럼 쓰러졌다”며 그라운드 기술인 주짓수가 주특기인 토요타에게 타격으로 참패했다는 것을 놓고 재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날카로운 전망도 했다.
경기 후 최홍만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와서 안 좋은 기사를 접한 후 잠도 못 자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밝혔다. 대회 이틀 전인 23일 국내에서는 '최홍만이 지인 두 명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사기 혐의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일제히 보도됐다.
 
대회가 임박한 시점에서 갑자기 나온 좋지 않은 뉴스 때문에 심리적인 타격이 컸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리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 크지만 이 정도의 경기력을 저 정도의 외부 변수로 덮기는 어렵다.
 
결국 훈련 기간 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최홍만은 지난 4월 로드FC와 계약하고 5월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6년의 공백이라면 최소 1년은 훈련했어야 하지만 최홍만은 3개월도 채 하지 못했다.
 
짧은 훈련기간으로 인한 격투기 기술을 더 갈고 닦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홍만은 2007년 마이티 모 오른손 훅 펀치에 턱을 맞고 KO패한 뒤 상대 주먹에 대한 공포를 떨치지 못했다. 최홍만이 이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자신의 턱이 약하는 것을 철저히 인식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링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보였다. 난타 과정에서 다시 한번 오른손 주먹이 턱에 꽂히면서 벌목 나무처럼 쓰러졌다. 8년 전 모에게 KO패를 당한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도요타의 도발에 함께 충돌하기 보다는 오히려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멈칫했다. 자신보다 27cm나 작은 상대의 연타에 순식간에 구석으로 몰렸다. 최홍만 상태를 간파한 도요타는 더욱 과감하게 도발해 큰 궤적의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최홍만을 쓰러뜨렸다. 전성기 최홍만을 기억하는 팬들로서는 눈을 의심할 정도의 무기력한 KO패였다.
 
공백기가 긴 탓에 기량의 발전도 없었다, 6년의 공백은 치명적이었다. 데뷔 초에는 재미있는 표현의 ‘저리가 킥’ ‘꿀밤 펀치’라는 센 무기로 상대를 멀찌감치 떨어뜨리는 방어기제로 활용하며 거인 파이터 아케보노와 밥 샙 등을 연파했다. 이번 복귀전에서는 이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뇌수술 여파도 컸다. 최홍만은 2008년 6월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이후 강력한 면모를 잃었다. 씨름 선수로 활동하면서 얻었던 근육도 사라지고 없었다. 뇌종양 수술 이후 근육질 몸이 사라지면서 힘과 내구력에서의 큰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한 추세는 6년여 공백기 동안 더욱 짙어졌다.
 
그런 상태로 돌아온 최홍만에게서 예전의 유쾌한 골리앗의 모습 재현을 기대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지나친 욕심이 됐다.  
브릿지스포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