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700’ 경의와 뭉클함 어우러진 대기록 현장

브릿지스포츠팀 기자
입력일 2015-07-27 11:30 수정일 2015-07-27 11:30 발행일 1970-01-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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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전남이 3대 1로 승리해 7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전남 김병지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

'꽁지머리'라는 별명이 붙었던 김병지(45·전남)는 불멸의 레전드가 됐다.

 
K리그의 역사다. K리그뿐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김병지는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2015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자신의 700번째 출전 기록을 남겼다.
 
축구를 위해 전학한 부산 알로이시오고를 졸업한 후 대학 진학에 실패한 김병지는 축구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었다. 상무에 입단한 김병지는 혹독한 개인 훈련을 하더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차범근 당시 울산 감독의 눈에 띈 그는 추가지명으로 프로에 입문했다.
 
울산 소속으로 골키퍼 장갑을 끼고 처음 프로무대에 오른 것이 1992년 9월 2일이다. 이후 23년이라는 오랜 시간 골문을 지켜온 김병지는 마침내 K리그 통산 최초 700경기 출전이라는 또 하나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미 기록 행진을 해오고 있었다. 김병지는 지난해 11월 22일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만 44세 7개월 14일의 나이로 출전해 신의손이 보유했던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지난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 출전(풀타임) 최다인 16회 출전 기록도 세웠다.
 
팀도 이날 경기에서 이종호의 선제골과 오르샤의 2골로 3-1 승리하며 김병지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제주전에서 골을 넣은 이종호는 곧바로 팀 동료들과 골문으로 달려가 김병지를 목말 태우는 세리머니로 함께 기쁨을 나눴다. 김병지도 생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짜릿한 순간이었다.
 
또 경기가 끝난 뒤에는 다시 한번 김병지를 헹가래쳤고 서포터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등 이날은 김병지에게 역사적인 하루로 가슴에 남게 됐다. 후배들 축하에 김병지는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 뭉클하다”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골 세리머니만으로 축하한 것이 아니다. 베스트11으로 나선 모든 선수들은 유니폼 외에 '김병지 700'을 새긴 유니폼을 하나 더 입었다. 또 선수 입장 때 전남은 물론이고 제주 선수들도 나란히 서 박수를 보내며 김병지에게 경의를 표했다.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는 기록들이다. ‘레전드’ 김병지는 K리그 통산 최다 출장 기록에서 최은성(532경기) 전북 현대 골키퍼 코치보다 무려 168경기나 앞선다. 600경기도 없는 700경기 출장이라 불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현역 최다출장 2위 이동국(36·전북)이 399경기에 나섰지만, 김병지에 비하면 무려 301경기 떨어지는 것으로 그 아성을 깨기는 어렵다. 스무 살에 데뷔해 퇴장 없이 모든 경기에 출전해도 40이 되어서야 세울 수 있는 기록이다. 축구선수에게 40세라는 나이가 쇠퇴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 깨기 어려운 기록이다.
 
최고령 출장 기록도 써내려가고 있다. 김병지는 이날 출전으로 자신의 최고령 출장 기록도 45년 3개월 18일로 늘렸다. 골키퍼라고 해도 지도자 생활을 할 나이에도 현역으로 뛴다는 것은 세계 축구를 통틀어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
 
단순히 출전횟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순발력과 파워는 어쩔 수 없이 떨어졌지만 골킥이나 선방 능력은 여전히 상위권이다. 김병지는 올 시즌 7번이나 무실점 경기를 펼쳐 권순태(전북), 박준혁(성남FC)의 8경기에 이어 공동 3위에 올라있다. 또 21경기 22실점으로 경기당 평균 1.05골의 실점율을 보이고 있다. 통산 무실점 경기에서도 228경기로 최은성(152경기)와 이운재(은퇴, 140경기)를 크게 앞선다.
 
숱한 대기록을 남기고도 여전히 배고프다. “지금 컨디션으로는 자신 있다”며 김병지는 777경기라는 다음 목표도 세웠다. 최소 2년 이상 더 뛰고 싶다는 의미다.
 
동료이자 후배들과 어우러져 그라운드에서 뜨거운 정을 나눴던 김병지는 사실 더 큰 목표가 있다.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다. 현재 큰 아들 김태백은 고등학교 축구선수로 활약 중이다. 아들과 한 그라운드에서 뛴다는 것은 이날의 환희 그 이상의 감동이 될 것이다.
 
프로 데뷔 이후 줄곧 몸무게를 78㎏으로 유지하며 술과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 철저한 관리로 귀감이 되고 있는 김병지의 미래라면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 
브릿지스포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