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국내 휴가 보내기'… 실질적 대책 뒷받침 되야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5-07-22 18:01 수정일 2015-07-22 18:03 발행일 2015-07-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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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여름 휴가를 국내로 가라며 휴가비 대신 국민관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 상품권)을 줬는데 가을에 부모님 모시고 여행갈 때 쓰기로 했죠. 올 여름 휴가는 여자 친구와 일본을 다녀오기로 했어요. 엔화가 싼 지금이 기회다 싶더라구요.”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민세(가명·32·서울시 노원구)씨의 말이다.

경제부총리와 전경련 회장 등 정부와 재계가 모두 나서서 국민들에게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자’고 권유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브릿지경제가 국내 주요 여행사로부터 7~8월 휴가철 해외여행 예약률을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여행사에서 해외여행 예약률이 두 자리수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투어는 22일 기준 이달 해외여행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월말까지 비교하면 20%까지 늘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8월도 23% 증가했다. 모두투어 역시 21일 기준 7월, 8월의 해외여행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21% 늘었다. 인터파크투어는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출발하는 해외 항공권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37%나 증가했다.

오픈마켓 G마켓도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항공권 판매의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반면 국내여행은 오히려 감소세를 나타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전국 9100가구를 대상으로 ‘하계 휴가철 특별교통대책기간’(7월24일~8월9일) 휴가철 교통수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로 휴가를 가는 비율은 전년보다 0.9% 감소한 91.4%였다.

이처럼 정부와 재계의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운동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여행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보여주기 식’ 정책이 가진 한계 아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5,6월 메르스 여파에도 해외여행객이 작년보다 20%나 늘었을 정도로 해외여행 증가는 막을 수 없는 추세”라며 “정부가 정말 내수를 살리고 싶다면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같은 안이한 대책말고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우승진(21, 서울시 용산구)씨는 “글로벌 시대에 내수를 살리기 위해 국내여행과 가격차이도 나지 않으면서 훨씬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 해외 여행을 가지 말라는 것은 마치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하고 손 쉬운 대책만 찾다 보니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같은 캠페인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50대 자영업자 이명수(52, 경기도 부천시 중동)씨는 “원래 올해 대학생이 된 아들과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오려고 했는데, 신문에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캠페인 한다는 것을 보고 남해안 일주로 여행지를 바꿨다”며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국내 휴가보내기’ 운동에 찬반 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정부가 이 같은 캠페인을 내려면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내로 휴가를 가는 이들에게 보상을 한다던지 하는 실효성있는 대책을 함께 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