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양극화'… 대기업 '웃고' 중소업체 '울고'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5-07-20 16:15 수정일 2015-07-20 18:42 발행일 2015-07-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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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가 한국진출 이후 중소업체 중심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사진은 이케아 매장내부.(연합)

최근 국내 가구업계에 양극화 현상이 일고 있다. 업체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케아에 맞서 대형 가구업체들은 여러 가지 자구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중소 가구업체들은 뚜렷한 대책이 없어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한샘·현대리바트 등 대형 가구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 호조세를 이어갔다. 직영 매장을 대형화하면서 유통 채널 강화에 나선 것이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특판 비중을 줄이고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비중을 확대한 사업 구조 개편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대형 가구업체들은 지난해부터 가구에서 인테리어 소품까지 매장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는 복합매장을 선보였다.

이는 지난해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하고 유통 트렌드가 전문점에서 쇼핑과 문화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몰링으로 옮겨간 데 따른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소비자들과의 접점 확대를 위해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까지 진출하는 등 전방위 마케팅에 나선 것도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가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호한 실적을 내놓은 대형 가구업체들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도 적극적으로 매장 대형화, 프리미엄화, 온라인 유통망 확대 등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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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플래그샵 목동점(왼쪽)과 현대리바트 직영점(잠실점). (사진 제공 = 각 사)

한샘은 올해 대구와 서울 상봉동에 플래그샵을 더 열 계획이다.

이후에도 매장을 추가해 전국에 20개 이상의 플래그샵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리바트도 지난 1년 동안 논현·잠실·강동·용산 등에 4개 대형 직영점을 신규 오픈하는 등 공격적인 유통망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수도권에 이어 주요 광역상권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늘려가고 있다.

반면 장기화된 불황과 이케아 진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가구업체들은 속앓이만 계속하고 있다.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케아의 국내 진출 이후 광명 지역 가구 소매점의 72%가 10~30% 정도의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이 가장 많이 떨어진 업종은 가정용 직물제품(76.9%)이었고, 가구(71.8%), 식탁 및 주방용품(71.4%), 전기용품과 조명장치(52.9%), 기타 가정용품(37.9%) 등이다. 문제는 이케아가 2020년까지 4개 점포를 더 내는 등 규모를 확장할 것으로 보여 상황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중소가구업체들은 정부 차원에서 디자인 개발과 유통 선진화를 지원하는 가구전문센터를 설립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세한 사업구조 때문에 대기업과 동등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게 그들의 목소리다.

경기도가구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이케아 진출이후 국내 중소 가구업체들은 줄도산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하지만 이케아에 맞서긴 힘든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미 이케아 진출로 가구유통질서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