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절반 부채비율 200%↑ '만성 재정난'… 은행들 돈줄 잠궈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7-19 14:16 수정일 2015-07-19 18:47 발행일 2015-07-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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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높은 부채비율 등 만성 재정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들이 만성 재정난에 허덕이자 시중은행들은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 이자는 적고 리스크는 높다는 것이 은행들의 항변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와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금융회사와 공기업을 제외한 48개 집단의 지난해 말 기준 연결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기업집단은 23개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집단 중 절반에 가까운 곳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연결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기업집단 중 21개 기업집단은 연결부채비율이 3년 연속 200%를 넘었으며 연결부채비율이 2012년보다 악화된 곳은 총 15곳이었다.

현대와 동부, 한진, 한국GM, 한솔, 대우조선해양, 한화, 한진중공업, 대우건설, 대성 등 9곳은 2년 사이 연결부채비율이 50%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동부의 경우 2년 새 397.57%에서 864.21%로 466.64%포인트 뛰었다. 한진과 한국GM은 각각 185.19%포인트, 149.86%포인트 높아졌다. 한솔은 2년 새 123.30%포인트 높아진 373.80%에 달했다. 한화와 대우건설도 같은 기간 각각 92.83%포인트, 77.88%포인트나 부채비율이 악화됐다.

이처럼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들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자 주요 은행들은 이들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농협 등 6대 은행의 대기업 여신은 95조7428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4조6784억원이 비해 8조9356억원 줄어든 것이다.

특히 하나은행 대기업 여신은 지난해 16조7974억원에서 13조1502억원으로 21.7% 줄었다. 외환은행 역시 17조8683억원에서 14조6753억원으로 17.9% 감소했다.

은행들이 대기업 여신을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자율은 높지 않은 반면 부실이 발생하면 대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신용등급은 1~3등급 수준이며 중소기업은 4~6등급이다. 이로 인해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린다.

하지만 부실 발생시 충담금은 매우 크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대기업 부실로 인한 충당금이 3529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 1조1084억원, 외환은행 4497억원이었다.

아울러 중소기업과 비교해 연체율이 낮지 않은 점도 골칫거리이다. 1분기 기준 대기업의 은행 연체율은 0.18~0.84%로 1% 안팎인 중소기업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대기업 여신에서 중소기업이나 개인 여신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