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용산참사' 모티브로 한 실화 같은 허구… 2년만에 목소리 낸 '소수의견'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6-29 07:00 수정일 2015-06-29 09:19 발행일 2015-06-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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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람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배우 윤계상, 유해진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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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브릿지경제 김동민 기자 = 애초부터 국가를 상대로 벌이는 법정다툼의 개봉이 쉬울 리 없었다. 촬영 종료 2년 만이다. 배급사를 기존 CJ엔터테인먼트에서 시네마서비스로 바꾸고서야 영화 ‘소수의견’은 관객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물론 ‘용산 참사’는 모티브일 뿐이다. 김성제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사건, 음악, 영화, 심지어는 사진 한 장도 영화를 이루는 모티브가 된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소수의견’은 ‘이야기는 허구다. 등장인물도 실존 하지 않는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작품은 분명 허구다. 하지만 그것이 꼬집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단면은 SNS에서, 뉴스에서 익히 들었던 법 위의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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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font-weight: normal;">영화 ‘소수의견’(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는 더 사실적으로

영화는 경찰 진압작전 중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아들 박신우(최수환)와 의경 김희택(노영학)이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박신우를 죽인 것은 경찰이다.

 

박재호는 그 경찰을 죽이고 현장에서 체포된다. 하지만 경찰이 주장하는 박신우 살인범은 철거 용역이다. 진실이 밝혀질 경우 철거 진압 자체가 법의 심판대에 올라 경찰이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피고 박재호가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은 국가를 상대로 ‘100원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한다. 이에 맞서는 상대 변호사는 정부 그 자체를 대변하는 검찰청 엘리트 검사들이다.

영화는 용산 참사를 떠올리는 철거 현장을 무대로 한다. 용산 참사는 지난 2009년 1월 철거민 5명, 의경 1명이 사망한 실제사건이다.

영화는 그 이후 밝혀진 청와대의 개입과 국민참여재판 기각 그리고 생존 철거민 전원 유죄 판결까지 용산 참사를 둘러싼 소수의 힘든 여정을 따른다. 그 속에서 거대 권력이 약자를 짓누르는 과정은 굳이 용산참사가 아니더라도 세월호, 메르스 등처럼 국민이 보기에 안타까운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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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영화의 원작은 손아람 작가의 ‘소수의견’  

‘소수의견’의 원작은 손아람 작가의 동명소설이다. 소설 역시 직접적으로 그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사건이 우리 곁에 있었고 지금 현실도 마찬가지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설이 영화로 옮겨지면서 모든 이야기의 근원이 되는 박신우 살해 과정이 바뀌었다. 소설에서는 집단 구타로 박신우가 죽지지만 영화에서는 단 한 명의 경찰이 범인이다. 

이에 대해 감독은 “비극의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보다는 그 너머에 있는 문제에 집중하고 싶었다”며 “영화는 ‘왜 이 사건이 벌어졌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 명보다 의경 1명으로 범인을 설정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한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지난 18일 개봉한 ‘극비수사’는 1978년 벌어진 유괴사건을, 24일 개봉한 ‘연평해전’은 2002년 발생한 제2 연평해전을 재현했다. ‘소수의견’은 그 틈에서 허구지만 실화 같은 생생함을 주며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대작들 사이에서 소수의 반격이 심상치 않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