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대일 메시지 '정경분리'… 재계, 해빙기류에 기대감

박효주 기자,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5-06-22 18:07 수정일 2015-06-22 19:09 발행일 2015-06-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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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청원 한일의원연맹 회장, 누카가 회장, 벳쇼 주한일본대사.(연합)

브릿지경제 박효주·이혜미 기자 =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 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반한, 혐한 감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 시장 진출 길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에 ‘정경분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가뜩이나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대 일본 진출의 새로운 지평이 마련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산업계는 경색됐던 한·일관계에 해빙조짐이 보이자 일본 내 반한 분위기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양 국 간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일본 소비자들의 반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대일 수출이 부쩍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2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벌인 연례 국민의식 조사에서도 ‘한국에 친밀감 못 느낀다’라는 답변이 66.4%로 1975년 조사 개시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전년보다 9.2% 포인트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인 31.5%에 그쳤다.

이 같은 일본 내 반한감정은 한국을 대표하는 제품들의 대일 수출 감소 내지 실패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4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6’를 일본시장에 출시하면서 제품에 새겨진 ‘삼성(SAMSUNG)’ 로고를 지우고 ‘갤럭시(Galaxy)’란 글자만 남겼다. 무선충전기 등 관련 액세서리에서도 ‘삼성’ 로고를 지웠다. 전작(前作)인 갤럭시S5까지는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도 지난 90년대 초부터 꾸준히 일본 수출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거부당했다. 일본 시장은 그야말로 일본 외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무덤이다.

한국의 대표 전통주인 막걸리의 경우 지난해 대일 수출이 914만 달러를 기록해 2011년 4841만8000 달러에 비해 81%나 감소했다. 2013년과 비교해도 32.8% 감소한 수치다. 전체 수출액의 70%를 일본에 의존하는 소주의 일본 수출액도 2013년 7896만9000 달러에서 지난해 6780만9000달러로 14.1%나 감소했다.

대표적인 한류 식품인 라면 수출도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국산 라면의 대일 수출액은 2447만 9000 달러로 전년에 비해 23%나 줄었다. 3년 전에 비하면 반토막이 난 것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일본에서 반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술자리에서 소주나 막걸리를 안 마시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한일관계가 풀려 반한감정이 사그라들면 수출이 좀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희망을 피력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사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실리적인 부분은 챙겨가며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역협력팀 팀장은 “한국과 일본은 어떤 나라들보다 경제 교류가 가장 밀접하다”면서 “경제적인 연관성이 많은 나라가 정치적, 역사적인 문제 때문에 협업하는 데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수교 50주년을 바탕으로 관계를 개선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경련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미래산업, 공공미래 협력 유망 분야를 제시한 바 있다. 전경련이 꼽은 유망협력분야는 미래산업(Future Industry), 공공인프라(Utility), 관광산업(Tourism), 통일(Unification), 자원(Resource), 에너지(Energy) 등이다.

박효주·이혜미 기자 hj030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