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경성학교’ 세 가지 색 RED 인터뷰 ②] ‘투명에 가까운’ 레드, 무한한 가능성 박소담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5-06-21 15:56 수정일 2015-06-26 18:46 발행일 2015-06-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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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허미선 기자 = 가능성 있는 젊은 배우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최근엔 그럴 일이 별로 없어 낯선 그 감정을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 연덕 역의 박소담에게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엄지원, 박보영과 어깨를 나란히 한 박소담은 영화 속 당찬 연덕만큼이나 단단한 신인이다. 실력의 유무를 떠나 온전히 여자들이 주체적으로 극 중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첫 장편 주연작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아주 운이 좋은 신인이다.

게다가 후속작이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이준익 감독의 ‘사도’,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이다. ‘베테랑’에서는 ‘앳된막내’로 황정민·유해진·유아인과 호흡을 맞춘다. ‘사도’에서는 송강호·유아인·문근영·김해숙, ‘검은 사제들’에서는 김윤석·강동원과 함께 한다. 배우 자체의 매력과 운이 타이밍도 좋게 조우하며 ‘박소담’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이름을 세상에 내놓았다.

“함께 출연한 ‘경성학교’ 속 소녀들은 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들이었어요. 매일 밤 같이 고민하고 잠들곤 했죠. 새벽 6시에 일어나서도 그렇게 쾌활할 수가 없어요. 에너지가 넘쳤죠. 그 친구들 덕분에 엄청난 힘을 받은 것 같아요. 자연스레 입도 풀리고 몸도 풀리고…게다가 한 살 차이긴 하지만 박보영 선배는 너무 잘하시니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죠.”

이해영 감독도, 엄지원, 박보영도 박소담에 대해 ‘근성있는 배우’라고 입을 모은다.

◇앳된 얼굴, 타고난 근성, ‘경성학교’ 속 연덕 그대로의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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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담은 영화 ‘경성학교’ 속 연덕과 자신이 많이도 닮았단다.(사진=좌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우 김동민 기자)
 

“세명을 빨강에 비유하면 연덕이 가장 옅지 않을까 생각해요. 투명에 가까운 빨강 같아요.”

눈은 작고 쌍꺼풀도 없다. 요즘 보기 드문 얼굴이다. ‘사도’ 이준익 감독이 “도화지 같다”고 할 만큼, 무엇을 가져다 대든 고스란히 내비칠 만큼 투명에 가깝다.

“연덕이는 우등생이고 급장이면서 반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고 혼자 비밀을 간직하고 있고…굉장히 많은 걸 가진 소녀예요. 고아지만 씩씩하고 사연은 많고 표정은 없죠. 오히려 그런 친구들이 정도 많고 마음도 여리잖아요. 연덕만이 가진 무뚝뚝함 속에 따뜻함이 저는 읽혔거든요. 연덕이가 애들 챙기고 주란(박보영)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만 정작 가장 위로받고 누군가 안아줘야할 인물이 연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 ‘경성학교’ 시나리오를 받아들었을 때 연덕이 마냥 좋았다. 정말 잘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도 불끈거렸다.

“촬영 시작하고 한달 가까이 웃는 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정말 걱정이 됐죠.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께 ‘연덕이 너무 무섭거나 무겁지 않냐’고 여쭤봤어요.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었거든요. 편집되서 나온 거 보니 감독님께서 왜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채 빠지지 않은 젖살이며 오밀조밀한 얼굴이 꼭 ‘소녀’다. 한국 나이로 스물다섯, ‘검은 사제들’을 함께 촬영 중인 김윤석이 뒤풀이 자리에서 “술 줘도 되는 나이냐?”고 물을 만큼 앳되다. 묻는 말에 정제되진 않았지만 또박 또박 대답하려 노력하는 박소담은 흡사 ‘경성학교’ 속 연덕을 닮았다.

“(닮은 부분이) 많아요. 집안에서 양가 통틀어 첫째여서 어려서부터 동생들을 돌봐왔거든요. 친척네 가면 등에 애 하나 업고 양쪽엔 아이들 손을 잡고 다니곤 했죠. 연덕이처럼 누가 절 챙겨주는 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그래서 연덕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보듬어주고 싶었죠.”

그래서 주란이 연덕에게 “이제 집에 가자”고 했던 마지막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놓는다.

“고생했다. 정말 어린 나이에 많은 걸 겪었지만 넌 참 예쁜 소녀였어.”

‘경성학교’ 속 연덕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 다정하기도 하다.

 

◇소녀 연덕, 20대 초반 어린아이 박소담 그리고 그의 응원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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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사랑을 주는 부모님과 한결같이 “이 바닥에서 오래 보고 싶다”고 말해주는 송강호, 김윤석, 황정민, 류승완 감독, 강동원, 유아인 등 선배까지 그에겐 든든한 응원군들이 넘쳐난다.(사진=김동민 기자)

‘경성학교’ 속 연덕은 내내 무표정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상증세를 보이는 주란을 향해 극한 공포를 분출하는 연덕에 박소담은 “연덕이도 소녀구나를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박소담도 연덕처럼 스스로가 아직은 어린 나이임을 느낄 때가 있다. 부모님의 마음을 대면할 때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는데…오늘(15일) VIP 시사회가 있어요. 처음으로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드리는 자리죠. 아침에 아빠가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다’라는 문자를 보내셨어요. 이모티콘 빵빵하게 붙여서. 그걸 보고 행복하고 가슴 찡해지는데 나도 아직 엄마, 아빠 손안에 있는 어린애구나 했죠.”

17세에 뮤지컬 ‘그리스’에 빠져 배우가 되겠다고 고집을 피울 때 아버지의 무시는 독했다. 하지만 무대에서 땀 흘리고 뛰어 놀고 싶다던 박소담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스물이 되던 해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사주며 “이렇게 무시하면 네가 포기할 줄 알았지 독한 것…”이라며 응원군으로 돌아섰다.

“힘들거야. 그래도 쓰러지지 말고 끝까지 해내야 한다.”

송강호, 김윤석, 황정민, 류승완 감독, 강동원, 유아인 등 현장에서 만난 선배들은 이렇게 당부했다. 그리고 박소담에 한결같이 “이 바닥에서 오래 보고 싶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한때는 테이블 전체가 박소담을 향한 당부에 열을 올린 적도 있다.

“선배님들께서 해주신 얘기를 듣고 작년부터 꾸준히 각오를 다지고 있죠. 지난해도 떨렸지만 올해는 더 떨리고 설레고 기대되면서 걱정도 되는 해가 될 것 같아요.”

‘경성학교’를 시작으로 지난해 동시에 촬영했던 작품들이 하나둘 관객들을 만날 채비 중이다.

◇‘베테랑’, ‘사도’, ‘검은 사제들’, 엄청난 라인업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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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성학교’ 연덕으로 2015년을 연 박소담은 '베테랑', '사도', '검은 사제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자신을 알릴 예정이다.(사진=김동민 기자)

“꼭 연기가 아니라도 예술은 삶을 담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관객들이 저를 보고 인간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시작할 때부터 (꿈은) 그랬죠. 대사 못외울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어떤 배우이기 보다 오래도록 연기하는 배우요.”

삶이 곧 예술임을 벌써부터 깨닫고 있는 이 야무진 신인 박소담의 꿈은 50년 뒤까지를 아우른다. 오래도록 연기하기를 꿈꾸는 박소담은 ‘경성학교’로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7월 개봉하는 ‘베테랑’, 올해 안에 촬영을 마치고 관객들을 만날 ‘사도’와 ‘검은 사제들’까지 그의 2015년은 참으로 다이내믹한 원년이 될 전망이다.

“세 작품 모두 엄청난 영화들이에요. ‘베테랑’이나 ‘사도’는 굉장히 적게 나오지만 ‘검은 사제들’은 지금까지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시게 될 거예요.”

‘경성학교’로 시작해 ‘검은 사제들’로 정점을 찍을 박소담의 2015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사진=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인포그래픽=이소연 기자 moomoo182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