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다룬 '마이 페어 웨딩'이 교육영화인 이유!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5-05-29 17:00 수정일 2015-05-29 17:08 발행일 2015-05-29 99면
인쇄아이콘
대한민국 첫 동성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과 영화제작자 김승환의 '애틋,파격,감동' 결혼 스토리
마페웨
김조광수 감독과 19살 연하 애인 김승환의 공개결혼식 과정을 담은 ‘마이 페어 웨딩’.(사진제공=레인보우 팩토리)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을 보고 자란 한 소년이 있었다. 그리고 30년 후 그 역시 세기의 결혼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 첫 동성결혼의 주인공인 김조광수 감독의 이야기다. 내달 4일 개봉을 앞둔 ‘마이 페어 웨딩’은 그의 19살 연하 애인 김승환과의 공개 결혼식 과정을 담았다.

지난 2013년 9월 청계천 광통교에서 뮤지컬과 축제를 합친 이색 결혼을 올린 이 커플은 이 영화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연애담과 결혼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았다.

영화 오프닝은 커플티를 맞춰 입은 이들의 발랄하고 경쾌한 웨딩 촬영으로 시작된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결혼식이 아닌 스스로가 행복해지기 위해 일생일대의 행사를 기획했다는 내레이션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감동도 잠시 영화는 ‘동성’이라는 이유로 각종 사회단체와 제도권 안팎에서 부당하게 취급받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과감없이 드러낸다.

‘마이 페어 웨딩’은 누군가에게 호기심의 대상일 수 있는 이들의 결혼이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개인의 행복’임을 강조한다.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이미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이들의 삶은 충분히 행복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으로 법제도 안에서 결실을 맺으려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진정성에 묵직한 감동이 차오른다.

뜨겁게 사랑했고 오랜 시간 알았지만 수많은 예비부부들이 그렇듯 결혼식에 골인하기 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오랜 동안 공인으로 살아온 김조광수 감독의 거침없음과 반대로 섬세한 김승환이 보여주는 갈등은 여느 커플들의 ‘메리지 블루’를 보는 듯하다.

청첩장 문구부터 턱시도와 드레스 선택 등 여태껏 몰랐던 서로의 취향을 발견하는가 하면 대중의 관심까지 더해진 이들의 속내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돼 ‘남의 일기장’을 읽는 듯한 재미를 더한다.

myfairwe
영화는 굳이 결혼식을 하지 않아도 행복했을 그들이 ‘가족’이라는 법제도 안에서 결실을 맺으려는 과정이 묵직하게 담았다. 예식장 안으로 들어서서도 쉽지 않은 결혼식, 김조광수 감독 어머니의 격려와 지지는 눈물겨운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제공=레인보우 팩토리)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결혼식이다. 언론에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특히 김조광수 감독의 어머니가 무대에서 나와 들려주는 격려와 지지를 보노라면 솟구치는 감동을 숨길 수 없다.

앞서 한 관객이 똥물을 퍼붓는가 하면 예식 도중 쌍욕을 하며 진입하는 등 파란이 많았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영화 감독 남편과 영화 제작자 아내가 주연으로 나선 ‘마이 페어 웨딩’은 호기심으로 극장문을 들어섰다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영화다. 동시에 사회의 잣대가 때론 얼마나 부질없고 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니 이보다 더 ‘교육적인 영화’는 당분간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12세관람가. 94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