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동성결혼 합법화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5-24 12:21 수정일 2015-05-24 13:43 발행일 2015-05-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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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가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영국 인디펜던트 등 주요 외신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다른 나라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첫 번째 나라가 아일랜드가 됐다며 수도 더블린에 있는 성에서 2000여명의 시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발표된 국민투표 결과에 환호했다고 23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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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가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역사상 최초의 국가가 됐다. 한 게이 커플이 국민투표 결과를 기다리며 23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성에서 ‘ YES(찬성)’가 적힌 문구를 들고 있다. (AFP=연합)

보도에 따르면 아일랜드 선거관리 당국은 전날 실시된 동성결혼 합법화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결과, 찬성투표 비율이 62.1%로 37.9%인 반대투표 비율을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국민투표는 “결혼은 성별과 상관없이 법에 따라 두 사람에 의해 계약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어 헌법을 수정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내용이었다.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18개국이 의회 입법이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과거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가 동성결혼을 국민투표에 부친 적 있지만 부결됐다. 이후 슬로베니아는 지난 3월 의회 입법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했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작은 나라가 역사를 창조했다”며 “차이에 대한 비이성적인 두려움과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레오 바라드카르 보건장관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국민투표라기보다는 시민혁명 같다”고 표현했다.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그는 올해 초 한 라디오채널에서 “나는 게이다”라고 커밍아웃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IRELAND-GAY-MARRIAGE-VOTE <YONHAP NO-2374> (AFP)
동성 결혼 합법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23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성 앞에서 국민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

반면 복음주의 가톨릭교도와 신교도 연합은 동성결혼 반대에 호소하는 9만여장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아일랜드 교회는 “국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주교·주교들은 성명을 통해 “아일랜드 교회가 정의하는 결혼은 남성과 여성간의 결합”이라며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이 정의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