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도 "매출 공개 안 할래"...명품 한국법인, 속속 유한회사 전환

김정아 기자
입력일 2015-05-25 15:22 수정일 2015-05-25 15:22 발행일 2015-05-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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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그룹코리아가 법인 형태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함에 따라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돼 매출액 등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진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식회사였던 구찌그룹코리아는 지난해 12월 ‘구찌코리아 유한회사’로 사명과 법인 형태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구찌가 법인 형태를 바꾼 것은 1998년 구찌코리아 주식회사로 한국에 진출한 이후 17년 만이다.

유한회사는 현행 외감법상 외부감사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에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덩치가 큰 외국계 기업은 경영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에서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잘 알려진 고가 수입브랜드 가운데는 루이비통코리아가 2012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법인형태를 바꿨고, 샤넬코리아와 에르메스코리아 등도 유한회사다.

패션업체 외에 한국피자헛·한국코카콜라·구글코리아·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계 대기업 대부분 유한회사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

외국계 대기업이 경영정보를 노출하지 않고자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일이 계속되자 금융위원회는 일정 규모 이상의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외감법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구찌코리아 측은 “구찌의 모회사인 케링그룹은 구찌·보테가 베네타·입생로랑 등 자회사의 세계 매출만 공개하고 지역별 매출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경영정보를 공개하다 보니 투자자 사이에 혼선이 생겨 유한회사로 전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출 증감과 유한회사 전환은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A백화점에서 구찌의 지난해 매출은 2013년보다 6.7%, 올해 1∼4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늘었다. B백화점의 구찌 매출은 지난해 4.6%, 올해 1∼4월 17.4% 급증했고, C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0.1%, 올해 1∼4월 18.2% 늘었다.

다만 구찌코리아의 이런 결정은 국내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면서 여론의 조명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데 따른 ‘꼼수’라는 지적이 같은 패션업계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에는 매출 외에 영업이익·배당·기부금 등 투자자와 언론이 참고할 만한 여러 정보가 담겨 있다”며 “한마디로 이런 정보들이 낱낱이 밝혀지는 게 싫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