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내장 속 '비만 억제 박테리아' 죽인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5-12 17:29 수정일 2015-05-12 17:29 발행일 2015-05-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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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가 내장 속 ‘좋은 박테리아’를 감소시킨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팀 스펙터 교수가 최근 진행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펙터 교수는 자신의 아들 톰(23)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톰에게 10일 내내 맥도날드 햄버거, 감자튀김, 치킨너겟, 콜라로 구성된 패스트푸드 식단만 먹도록 하고 내장 속의 박테리아 개체수의 변화를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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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으면 비만 억제 역할을 하는 내장 속 좋은 박테리아가 감소할 수 있다. (AFP)

조사 결과 실험 전 톰의 소화기관 속에 살던 총 3500종의 박테리아가 10일 후 3분의 1정도 수준인 1300종으로 감소했다. 특히 감소한 박테리아의 대부분은 소화와 영양소 흡수를 도와 체중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박테로이데트(Bacteriodetes)’였다. 이 박테리아는 주로 날씬한 사람들에게서 주로 많이 분포한다. 신진대사를 조절하고 해로운 미생물을 제거하는 ‘좋은’ 박테리아로 알려져 있다. 칼슘, 철분 등을 체내에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타민 A와 K나 소화 효소를 생성해 내는 역할을 한다. 비만인 사람들의 장에 주로 분포하는 ‘피르미쿠테스(Firmicutes)’와 대조되는 세균 군이다.

스펙터 교수는 이 같은 원인이 패스트푸드의 성분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옥수수, 콩, 밀, 고기 크게 4가지 정도로 구성되는 음식만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장내 박테리아의 불균형성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펙터 교수는 “1만 5000년 전 인류는 1주일에 대략 150 종류의 음식을 먹어 몸속에 좋은 박테리아를 성장시켰다”면서 “현대인들은 20종류도 안 되는 음식을 먹는데 그 중에 대부분은 가공식품이다. 이것이 체내 교란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테리아와 비만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가장 최근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은 비만인 사람에게서 피르미쿠테스 박테리아를 떼어내 쥐와 새에게 전달한 결과 두 동물 모두 살이 찐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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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팀 스펙터 교수(출처: 킹스칼리지런던대 홈페이지 캡처)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에 관한 연구라는 점에서 비만뿐 아니라 당뇨, 심장 질환, 암 등 다양한 질병에 관한 연구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펙터 교수는 “아직까지 어느 정도의 박테리아가 신체 균형에 도움을 주는 수준인가에 관해서는 국가별로 정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이지만 패스트푸드가 박테리아 불균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확실히 밝혀졌다”며 “다른 질병과도 관련이 있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