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현금보유액 사상최대… 1조 7000억 달러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5-11 18:00 수정일 2015-05-11 19:24 발행일 2015-05-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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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의 현금보유액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인베스터서비스의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업종을 제외한 미국 기업의 현금보유액이 1조 7300억달러(약 1885조 5500억원)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보다 4% 증가한 수치다.

상위 50개 기업이 1조 1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화이자, 시스코 등 5개 회사가 50개 기업 보유액의 절반 수준인 4390억 달러(478조 9490억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애플의 현금보유액은 상위 50대 기업을 모두 합한 현금의 10%에 해당하는 1100억 달러(약 119조 87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현금 대부분을 해외에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디스는 현재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1조 1000억 달러로 전체의 64%쯤 된다고 추산했다. 1년 전 해외에 보유한 현금은 전체의 57%인 9500억 달러였다.

무디스의 리처드 레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업들이 해외 자금을 자국으로 들여올 만큼의 법인세 혜택이 없다”며 “세제 개혁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올해나 내년에도 미국의 법인세 개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35%로 OECD 주요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낮은 채권금리와 값싼 대출 이자 역시 기업들이 해외보유금을 늘리게 된 배경이 됐다. 신문은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보유한 현금을 자국으로 들여올 경우 세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회사채 발행 등 차라리 빚을 내서라도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연준(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오라클, AT&T,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최근 연준의 금리 인상이 단행되기 전에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신문은 금리가 오르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확대하라는 주주들의 압력도 커지고 있어 기업들의 현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은 올해 1조 달러 규모의 주주환원을 계획하고 있다.

두브라브코 라코스 부야스 JP 모건의 미국 주식 전략가는 “산업별로 보면 IT와 헬스케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현금을 해외에 두고 있다”며 “미국의 법인세 개혁 가능성이 극히 낮은 만큼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