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한때 900원선 붕괴… 수출기업 최대 위기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5-04-23 18:36 수정일 2015-04-23 19:00 발행일 2015-04-24 1면
인쇄아이콘

원·엔 환율이 7년 만에 사상 최저치로 내려앉으면서 900원선 붕괴 가시권에 진입했다. 전날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엔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국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전날보다 0.06원 오른 903.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소폭 상승 마감했지만 902~903원대에 머무르며 지난 2008년 2월 28일 889.23원(종가 기준) 이후 7년 2개월 만에 900원선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

원·엔 환율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 2008년 하반기부터 2012년 말까지는 1200~1600원선에서 움직이며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2년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후 일본이 양적완화를 기반으로 한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엔화가치는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원·엔 환율은 2013년 100엔당 1100원대에서 지난해 상반기 1000원대로 하락했고 올해 910원선에서 움직이며 900원선 붕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최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13거래일 연속 순매수로 해외자금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과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으로 원화강세를 이끈 것도 엔화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등급 전망을 상향조정한 데 이어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자금 유입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량을 늘리고 있어 앞으로도 엔화가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엔화약세는 국내 수출기업에 적신호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기업과 수출 경합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높은 원화가치로 인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원·엔 환율 하락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원·엔 환율 하락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며 “당국이 외환시장에서 미세조정에 나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원·엔 환율에 대해 “급격하게 변동하거나 한쪽 방향으로만 거래가 되는 경우 미세조정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며 “일본 통화정책과 그리스 문제 등 국제금융시장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