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불안한 900선… 더 불안한 국내 수출기업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5-04-23 18:25 수정일 2015-04-23 19:02 발행일 2015-04-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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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이 900원선 근처까지 떨어지며 엔저 공포가 가속화되고 있다. 엔화대비 원화강세가 심화되면서 국내 수출 기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엔저 흐름에 주요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올해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100엔당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06원 오른 903.04원을 기록했다. 엔화대비 원화가치가 이같이 하락한 건 약 7년 2개월만이다.

원·엔 재정환율이 7년 만에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엔저 현상이 심화되자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기업과 수출 경합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높은 원화가치로 인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자동차, 기계, IT분야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수출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엔화약세가 지속된다면 기업 실적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900원일 경우 국내 총수출은 작년보다 약 8.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별로는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기계류와 석유화학, 선박 등을 비롯해 일본 수출 비중이 많은 문화콘텐츠 업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원·엔 환율이 연평균 900원이 될 경우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대비 13.8% 감소하며 철강 수출은 11.4%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기계 IT 품목도 6.9~7.9% 정도의 수출 감소 압박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은 “석유화학·철강 분야는 환율변동 같은 외부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두 종목 모두 세계시장에서 공급 과잉 문제에 직면해 있고 중국 일본과의 수출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 경제성장률도 1년째 0%대에 머물러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보다 0.8% 증가에 그쳤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무는 데다 엔저 현상까지 심화되면서 1년째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 하락 부담을 상쇄해 줄 수 있는 것은 정책변수로 귀결된다”며 “앞으로 금리인하를 비롯한 정책당국이 개입한다면 이에 대한 외환시장 기대감으로 원·엔 환율이 하방경직성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