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민족 언어, 세계관·문화가 담긴 '그릇'을 지키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4-01 16:47 수정일 2015-04-01 16:47 발행일 2015-04-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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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니면 지구상에서 마지막이 될 언어를 쓰고 있지요”
얀텐고메즈
세계 유일한 셀크남 자손 주베르트 얀텐 고메즈

전 세계에서 유일한 셀크남(칠레의 원주민) 자손 주베르트 얀텐 고메즈(21)는 후대에 세계의 마지막 언어를 전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짊어지고 있다.

최근 인류학자 안네 채프먼을 찾아 40년 전 녹음된 오나어(Ona, 셀크남 종족의 토착 언어) 음성 파일을 받았다. 

그 뒤 반복적으로 녹음기를 돌려가며 문법과 어휘를 연구하고 있다.

얀텐은 “소수 민족의 언어지만 그 속에는 경계나 제한이 없는 상상력이 깃들어 있다. 우리 언어로 표현하다 보면 보이지 않던 동물과 식물, 태양과 별 등에 대한 우주론적 세계관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얀텐처럼 지구상에는 자기 종족의 언어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네팔의 지아니 마이야 센, 오레곤주의 버데나 파커, 오스트레일리아의 샤를리 문굴다, 이들 모두는 자신들이 아니면 세계에서 마지막 언어가 될 토착 언어들을 후대에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수 민족의 언어는 사고관 뿐만 아니라 생태계 보존, 민간 치료 요법 연구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오세아니아주의 사모아에서는 다양한 토착 언어들이 생태계 보존의 중요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 언어로 분류되는 명명법은 서구의 식물과 동물의 분류체계보다 수백 개나 더 많다. 

하버드대의 생물학 박사 리처드 슐테츠는 “토착 언어로 규정되는 식물들을 연구하면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던 분야의 식물들도 치료제로 쓰일 수 있음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언어라는 그릇이 담고 있는 독특한 예술, 우주론, 전통 의술 등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어, 스페인어, 영어, 일본어, 독어 등 소위 ‘글로벌’ 언어라 규정되는 언어들이 현재 소수 민족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는 궤적을 그대로 밟지 말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