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준금리 인상,韓‧美 수출기업 영향 관심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3-29 18:10 수정일 2015-03-29 18:25 발행일 2015-03-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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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가시화됨에 따라 향후 국내 대기업들이 직접 받을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준이 오는 늦어도 2017년 말에는 기준금리를 3% 대까지 올릴 가능성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이에 대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미국 기업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달러 강세 현상 때문에 상당한 수출 타격을 입고 있다. 강달러로 미국 수출품의 국제가격이 올라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듀크대, 경제 전문 잡지 CFO와 공동으로 미국 내 1000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현재 강달러 현상 때문에 미국 수출 기업은 75%는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은 미국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 대략 20%의 수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현재 수출 저조에서 이어진 재무 상태 악화로 해외 시장의 투자 계획을 줄여나가고 있다.

실제로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 가정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 항공기 설계 및 제작업체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 등 미국의 주요 다국적 기업들은 2015년 실적 전망치를 수십억 달러나 낮춰서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강달러 기조가 계속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해외 수출로 매출의 75%를 벌어들이는 MS는 강달러 현상으로 소프트웨어와 PC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 지난해 4분기 대비 주가, 순이익이 10% 가까이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게 되면 미국 수출기업들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연준이 그동안 양적완화 등을 통해 시중에 풀어 놓은 달러를 회수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결국 세계적으로도 달러의 양이 줄어들고 달러의 가치는 다른 국가 통화의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강달러 기조가 계속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달 말 현재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 같은 초대기업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 등 해외에 주로 공장이 많은 애플은 해외에서 부품을 공급 받아 완제품을 파는 형식이기 때문에 기준 금리 인상의 영향에도 미국 내 생산의존도가 높은 수출 기업들만큼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건설업, 제조업 그리고 헬스케어 분야까지 미국의 많은 산업들이 곧 있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강 달러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캠벨 하베이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학원 박사는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미국 수출기업들이 자국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 악화에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현상이 점차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 전반에서 실업률 상승, 무역 수지 적자 심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이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주 원인은 내수시장의 활성화다. 미국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소비를 늘렸기 때문에 경제 전반이 살아났다는 의미다. 소비 증가를 이끈 것은 국민의 소득 증가 때문은 아니었다. 시민들이 현재 0.1% 미만인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에서 낮은 대출비용을 통해 부동산 구입이나 사업 확장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비를 했기 때문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내부 소비 순환이 이루어지고 미래 경기가 회복 국면에 도래했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낮은 금리로 인한 은행대출 활성화로 일군 내수 진작은 금리 인상과 동시에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미국 내 수출 기업들은 일본과 유럽의 경쟁사들에 밀려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현재 한국은 미국의 방향과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0.25%포인트 낮췄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디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기대한다는 명분이다.

한은이 발표하자마자 환율 상승 효과에 거는 기대가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삼성, LG 등의 대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 증대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입김이 세게 들어갔다는 논리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은 하락세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를 보면 한국의 올해 1월 수출은 455억 2000만 달러로 지난 2013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수출 대기업들은 이번 금리인하 조치에 대해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환율이 높아지게 되고 당연히 수출기업의 수익은 늘어나게 된다. 정부와 대기업들은 이렇게 해서 늘어난 수익의 일부를 노동자 임금을 높이고 설비 투자로 전환해 장기적으로 내수를 촉진시키겠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유럽,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양적완화로 원화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한은의 논리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만일 기업들의 수익이 고용이나 설비 투자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실제로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도 피할 수는 없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모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 정부도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국내자본이 미국으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고 국내에 투자됐던 외국자본들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편중 구조상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파산하는 가구수가 늘어나게 되고 금융권의 부실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그것이 또다시 기업의 도산이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인 ‘더 디플로맷’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발언에 금리를 낮추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을 막으려고 하는 통화 정책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실제로 단행할 때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