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 출사표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3-18 14:09 수정일 2015-03-18 16:53 발행일 2015-03-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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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이와타 사토루 대표이사가 지난해 1월 30일 일본 도쿄에서 자사의 비즈니스 전략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AFP)<br>

‘비디오 콘솔 게임’만 고집해오던 닌텐도가 결국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세계적 콘솔 게임업체인 일본 닌텐도가 자국의 모바일게임업체인 DeNA와 손잡고 모바일·테블릿 시장을 공략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모바일 게임 등의 공동 개발을 위한 상호 지분 거래를 결정했다. 출자금 규모는 각 220억 엔(약 2041억원)이다.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DeNA와 닌텐도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게임 콘텐츠를 개발한다. 기존에 닌텐도의 인기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 젤다, 포켓몬스터 등도 새로운 콘텐츠로 가공될 예정이다. 또 두 회사가 만든 콘텐츠는 모바일 기기, 태블릿 PC뿐 아니라 콘솔 시장에도 제공된다.

가장 큰 변화는 콘텐츠 개발의 중심이 바뀐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방식을 띄고는 있지만 콘텐츠 생산이 콘솔이 아닌 모바일에서부터 출발한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대표이사는 “모바일 시장에 진입하면서 닌텐도가 내년 출시 계획 예정인 콘솔게임기 ‘코드네임 NX’의 수요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며 “모바일과 콘솔 기반의 각 장점을 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닌텐도가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한 이유는 ‘판매 실적 부진’이다. 가격 측면에서 기존 모바일 게임사들에 밀려 최근 몇 년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리서치전문업체 DFC 인텔리전스의 데이비드 콜 분석가는 “닌텐도가 자사의 충성고객이었던 10대 청소년들을 잃고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들이 가격도 저렴하고 언제든지 스마트폰만 들면 시작할 수 있는 모바일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모바일 성장세를 무시해 온 닌텐도의 결정에 리스크가 컸다고 지적한다. 닌텐도가 아무리 새롭고 기발한 게임들을 제작해도 마인크래프트, 앵그리버드, 클래시 오브 클랜 등 질이 높으면서 가격도 저렴한 모바일 게임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장에 뛰어드는 온라인 게임사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피파 시리즈로 유명한 EA 등 유명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이미 한 발 앞서 모바일 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데이비드 콜 분석가는 “지난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기반의 게임 매출이 약 150억 달러에 달했다”며 “콘솔게임이 4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날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에 대항해 PC시장에 전략을 수정했던 사건과 닌텐도의 현재 상황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아이튠즈라는 단일한 플랫폼으로 모바일과 PC시장을 새롭게 재편했던 애플의 전례처럼 닌텐도가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 신문은 닌텐도가 아타리(Atari), 세가(Sega), 3DO 등 다른 콘솔업체들보다 ‘콘텐츠 힘’이 더 강력하기 때문에 모바일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